2019년 11월 말라위의 한 마을 주민들이 말라리아 백신 접종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순서를 기다리고 했다. A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초로 말라리아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열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어린이들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에 대한 백신 보급이 연간 수십만명을 살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
<에이피>(AP) 통신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6일 기자회견에서 말라리아 백신 RTS,S의 아프리카 3개국 시범 접종사업이 성공적이었다며 이 백신에 대한 승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난 말라리아 연구자였으며, 이 오래되고 악랄한 질병에 효과적인 백신을 가질 날을 고대해왔다”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 최초 말라리아 백신의 광범위한 사용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모스퀴릭스(Mosquirix)로도 불리는 RTS,S 백신은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개발한 제품으로 2019년 시작한 시범 접종사업에서 가나, 케냐, 말라위 어린이 약 80만명에게 접종됐다. 이 사업에서 백신의 말라리아 예방률은 39%, 중증 예방률은 29%로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백신과 말라리아 치료제를 함께 복용하면 입원율과 사망률이 7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통용되는 항말라리아제는 예방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현존하는 말라리아 예방 수단과 이 백신을 함께 사용하면 매년 수만명의 어린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기가 옮기는 기생충이 증식을 위해 인간 혈액세포를 파괴하는 말라리아는 인류를 괴롭혀온 대표적 질병이다. 이 질병으로 2019년에 40만9천명이 숨졌으며, 이 중 5살 미만이 27만명이다. 그해에 세계적으로 2억2900만건이 발병했는데 94%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지난 100년 동안 백신 개발 노력이 이어졌는데도 결과가 더디게 나온 배경에는 박멸이 어려운 말라리아의 특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말라리아는 기생충이 주범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전파하는 다른 질병들보다 더 끈질기고 퇴치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또 말라리아 기생충은 같은 사람이 여러 번 감염될 정도로 인체의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전문가들은 세계보건기구의 이번 승인으로 다른 제약사들의 말라리아 백신 개발도 자극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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