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당시 부통령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올해 안에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미 행정부 당국자가 6일(현지시각) 밝혔다.
미 당국자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이날 스위스 취리히의 한 공항 호텔에서 만나 6시간 동안 회담한 뒤 기자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 당국자는 “오늘 대화에서 우리는 연말 이전에 화상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뒤 미-중 정상은 2월과 9월 두 차례 전화 통화만 했을 뿐, 정상회담은 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9일 통화에서 시 주석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는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미-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시 주석이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미-중 대면 정상회담도 불발됐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외로 나가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화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악화하고 있는 미-중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 나라는 무역, 기술, 군사, 인권 등 전방위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일부터 나흘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용기 149대를 보내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고율 관세 등 강경한 대중국 통상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에는 북핵 문제도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설리번 보좌관과 양 정치국 위원은 취리히에서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건설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미 관리는 전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이 두 사람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함께 만난 것 이후 7개월 만의 고위급 회담이다.
백악관은 회담 후 성명을 내고, 설리번 보좌관이 양국의 협력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면서도, “인권, 신장, 홍콩, 남중국해, 대만 등 중국의 행동과 관련해 미국이 우려하는 분야들” 또한 거론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에 대만 근처에서의 “도발적” 군사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미 관리는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한 “책임있는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중국과 고위급 관여를 지속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양 정치국 위원이 설리번 보좌관에게 대립은 양국과 세계에 모두를 해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중 외교부는 “양쪽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차이점을 적절하게 관리하며 갈등·대립을 피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 당국자는 취리히 회담은 양쪽이 카메라 앞 공개 설전을 벌였던 알래스카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오늘 대화는 전반적으로 말해, 정상급 아래에서 오늘까지 가져왔던 것보다 더 의미있고 내용있는 관여였다”며 이번 회담이 “앞으로의 만남에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이번 회담이 미-중 관계의 해빙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면서도 책임있게 경쟁할 수 있는 안정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