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워싱턴/AFP 연합뉴스
사회기반시설(인프라)과 복지 확대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핵심 의제를 담은 두 개의 대형 법안 처리를 놓고 미 의회가 격동의 일주일에 돌입한다. 공화당의 반대보다도, 여당인 민주당 내 이견 정리가 급한 상황이다.
여름 휴회를 마치고 27일(현지시각) 워싱턴에 복귀하는 미 의회는 1조2000억달러의 인프라 예산안과 3조5000억달러의 복지 예산안 처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두 가지 예산안은 임기 1년차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개조 구상의 핵심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인프라 예산은 도로, 다리, 철도, 광대역, 수도 등 확충을 위한 것으로, 지난달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파 의원들의 협력으로 상원을 통과해 하원으로 넘겨졌다.
이와 달리 보육, 교육, 의료보험 등 사회복지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 등이 포함된 3조5000억달러 예산안의 경우, 민주당은 이를 하원에서 먼저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어 상원으로 보내는 순서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인프라 예산을 27일까지 하원에서 표결을 마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6일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주에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인 데다, 인프라 예산안은 양당에 초당적 지지가 있기에 표결시 통과는 확실시된다. 그러나 문제는 인프라 예산안과 복지 예산안 처리에 관한 민주당 내의 이견이다.
민주당 내 진보파는 3조5000억달러 복지 예산을 관철하고자, 하원에서 인프라 예산안에 앞서 복지 예산안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진보파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26일 <시엔엔>(CNN)에 “우리는 두 법안에 투표할 준비가 돼 있고, 둘 다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3조5000억 복지 예산안을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방해)를 회피할 수 있는 ‘예산조정’ 절차를 동원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 내 중도파의 반대로 불가능하다. 예산조정 절차로 통과시키려면 민주당 상원의원 50명 전원이 찬성하고 당연직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까지 동참해야 겨우 과반(51명)이 확보된다. 그러나 민주당 내 조 맨친, 커스틴 시네마 의원은 과도한 재정 지출을 우려하며 이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당내 진보파와 중도파를 설득해 절충점을 찾지 않고는 두 가지 예산안 처리를 못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펠로시 의장은 <에이비시>(ABC) 방송에 출연해 복지 예산안은 3조5000억달러보다 규모가 작아질 것은 “자명하다”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며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이번 주에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과를 위한 표가 확보되지 않으면 표결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복지 예산안 규모를 줄여서 당내에서 중간지대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두 가지 법안보다 더 시급한 것은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막고 부채 한도를 상향하는 문제다. 올해 회계연도가 오는 30일 끝나기 때문에, 미 의회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10월1일부터 연방 정부가 부분적으로 셧다운된다. 또한 연방 부채가 이미 법정 한도인 28조7800억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에 이를 해결 못 하면 미국이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연방 정부 자금 지원을 12월3일까지 연장하고 부채 한도를 내년 12월까지 유예하기로 하고, 27일 상원 표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경기 부양을 부정적으로 보는 공화당은 이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당 안팎에 쌓인 이같은 난제들 때문에 펠로시 의장은 지난 25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향후 며칠은 격렬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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