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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국을 비판한 미국 대사…아이티 특사 “이민정책 비인간적”

등록 2021-09-24 12:54수정 2021-09-24 13:23

대니얼 푸트 “수정 권고했으나 묵살” 사임
백악관은 “우려 제기 한 번도 안 했어” 반박
텍사스주 델리오 지역에서 기마 순찰활동 중단
19일 멕시코와의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온 아이티인들을 미국 국경순찰대가 내쫓고 있다. 델리오/AFP 연합뉴스
19일 멕시코와의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온 아이티인들을 미국 국경순찰대가 내쫓고 있다. 델리오/AFP 연합뉴스

말을 탄 미국 국경순찰대원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아이티 난민들을 내쫓는 모습이 거센 비난을 촉발한 가운데, 미국의 아이티 특사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사임했다.

대니얼 푸트 아이티 특사는 지난 22일(현지시각)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나는 수천명의 아이티 난민들과 불법 이민자들을 아이티로 추방하는 미국의 비인간적이고 역효과 낳는 결정에 함께하지 않겠다”며 사의를 밝혔다고 미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잠비아 대사 등을 지내고 지난 7월 아이티 대사에 임명된 푸트는 망명 희망자들 대부분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정책을 수정하거나 철회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으나 묵살당했다면서 “미국의 아이티 정책 접근은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푸트의 사임은 최근 미국과 멕시코 국경인 지대인 델리오에서 아이티 난민이나 불법 이민자들이 수천명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지난 19일 리오그란데 강변에서 말을 탄 순찰대원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아이티인들을 내모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미국 인권 단체는 물론이고 여당인 민주당에서조차 “우리를 수백년 전으로 보내는 장면”(맥신 워터스 하원의원)이라는 등 비판론이 들끓었다.

바이든 정부는 푸트의 주장을 적극 반박하면서 방어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푸트는 재임하는 동안 이민에 대해 우려를 제기할 충분한 기회를 갖고 있었지만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 또한 기마 국경순찰대의 모습에 충격받고 조사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국토안보부는 델리오에서 기마 순찰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의견이 묵살됐다는 푸트의 주장에 “어떤 아이디어도 무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미 정부 관리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의 이민자 학대는 당시의 공식 정책이었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벌어지는 학대는 일부의 일탈이고 즉시 바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때와 차이가 없다’는 비난에 선을 그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좀더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공약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5월 이미 미국에 입국한 15만명의 아이티인을 위한 임시 보호 지위를 연장했고, 7월에 이를 다시 연장했다. 빈곤과 치안 불안에 시달려온 아이티에서 수만명이 미국으로 향했다. 더구나 아이티에서 7월 대통령 암살, 8월 대규모 지진이 잇따르며 탈출 행렬이 불어났다. 이러자 미 정부는 입국 허용을 줄이려 추방 등 강경책을 함께 구사해왔다. 한 관리는 지난주에만 2000명 이상의 아이티인들이 추방됐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채찍 기마 순찰 장면은 이런 와중에 알려졌다. 국토안보부는 23일 현재 주로 아이티인들로 이뤄진 약 4000명이 리오그란데 강 다리 밑에서 미국 입국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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