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남북관계의 새 전기로 삼으려던 정부의 구상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북한 올림픽위원회에 대한 자격정지 제재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올림픽위원회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집행이사회는 이런 일방적 결정과 관련해 북한 올림픽위원회를 2022년 말까지 자격정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올림픽 헌장은 “모든 국가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대회에 선수들을 보내 참여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제재를 결정했다. 북한은 지난 4월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도쿄올림픽 불참을 발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전한 개최와 적절한 백신 공급 등 건설적 제안을 했으나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조직적으로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처로 북한은 베이징 겨울올림픽 참가가 일단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바흐 위원장은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자격정지 기간에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고, 국제사회의 핵 문제에 대한 제재로 지급이 보류돼온 올림픽 출전 배당금도 몰수된다고 말했다. 다만, 바흐 위원장은 출전 자격을 지닌 북한의 개인 선수에 대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적절한 때에 적절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제재 기간을 재고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처럼 남북관계, 나아가 북-미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우방이자 이웃인 중국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내빈으로 온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고, 다른 고위급이 오더라도 대화의 장으로 삼을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제재로 기대를 접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 출전권을 지닌 북한 선수도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제재에 대해 재고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에 ‘베이징 겨울올림픽 카드’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회의 성공적 개최에 주력하는 중국이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북한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북한 올림픽위원회 간의 협의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다양한 국제경기대회에 남북이 공동 진출하는 것을 포함해, 이런 대회들을 통해 다양하게 협력해나가는 것이 한반도 평화 진전에 있어서도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외에 다른 여러 계기들을 통해서도 (이런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이본영 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