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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카불 일부 시민, “탈레반보다 경제가 더 걱정”

등록 2021-08-31 09:42수정 2021-09-01 02:32

상인들, “매상 크게 줄어 가게 월세도 못낼 판”
자녀 미래 생각해 외국 이주 궁리하는 이들 많아
“미국은 아무 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부패 방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30일(현지시각) 시민들이 돈을 찾기 위해 은행 앞에 길게 늘어서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30일(현지시각) 시민들이 돈을 찾기 위해 은행 앞에 길게 늘어서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미국이 30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완료한 가운데 아프간 수도 카불 시민들 사이에서는 탈레반의 강압 통치보다 경제가 더 걱정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카불 시내의 한 피자 가게에서 손님과 직원들은 모두 탈레반 통치자들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으나, 일부는 경제 붕괴가 더 큰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가족을 먹여 살릴 일이 막막하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인근의 즉석 식품 판매점 점원인 무스타파는 “가족들 생계를 위해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식구가 11명이라는 그는 탈레반이 지난 15일 카불을 장악한 이후 자신의 월급이 50달러(약 5만8천원)로 75%나 줄었다며 일자리를 찾아 이란으로 떠날까 싶다고 말했다.

피자 가게 주인 모하마드 야센은 매상이 계속 줄고 있어 가게 월세를 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이주를 도와줄 지 모를 외국 지인들의 전자우편 주소를 찾아보고 있다며 “나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 때문에 외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도시 장악 이후 마비 상태에 빠졌던 카불의 경제 상황이 서서히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기는 한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시장이 다시 문을 열었고, 거리도 예전처럼 다시 혼잡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프간 정부 아래서 일하던 경찰들이 다시 거리로 나와 수신호로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거리에서 세차용 걸레 등을 팔던 샤흐 모하마드는 이제 탈레반 깃발을 판다. 세차용품을 팔 때는 하루에 4달러 정도밖에 벌지 못했지만 이제는 하루 매상이 15달러로 늘었다고 한다.

은행 등 금융 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다시 영업을 시작한 아프간 국립은행 앞에는 돈을 찾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겼다고 통신은 전했다. 탈레반은 1인당 출금 한도를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11년 동안 철물 장사를 한 누룰라는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한 이후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 있는 사람은 모두 외국으로 탈출해, 돈이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누룰라는 미국의 지난 20년 주둔에 대해 “미국인들은 여기서 잘한 게 별로 없다. 그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부패가 만연하도록 그냥 방치했다”고 비판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탈레반 장악 이후 물가가 급등했다고 지적하며, 아프간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내륙 국가인 데다가 외국에 있는 90억달러의 외환이 동결되어 물자 부족과 극심한 빈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경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등의 지원금도 끊겨 상황을 더욱 암담하게 만들고 있다.

국제 비정부 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그램 스미스 자문역은 아프간이 “수십억달러에 달하던 ‘전쟁 경제’가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는 공황 상태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 피치의 아시아 위기 국가 담당 안위타 바수는 앞으로 2년 동안 아프간 경제 규모가 10~20%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규모의 경제 축소는 시리아, 레바논, 미얀마 등이 겪은 것과 비슷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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