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30일(현지시각) 워싱턴의 국무부 청사에서 회동한 뒤 기자들에게 준비된 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미국 백악관은 북한이 지난달부터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징후가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연례보고서와 관련해 대화와 외교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에 관한 질문에 “물론 우리는 이 보고서에 대해 알고 있고, 북한 관련 사항에 관해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보고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도록 대화와 외교에 대한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이 보고된 활동 및 비핵화 관련 모든 이슈를 다룰 수 있도록 북한과 대화를 계속 추구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이같은 답변은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다는 정황에도 북한에 직접적 비난을 자제한 채 ‘대화로 나오라’는 기존의 메시지를 유지한 것이다. 더구나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은 또 다른 대외 문제가 악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또한 북한에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김 대표는 이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공동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북한으로부터 회신이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우리는 (북한) 현지 상황에 대한 관점은 물론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포함해 관여를 위한 여러 아이디어와 구상을 교환했다”고 말해, 대북 인도적 협력 의사를 거듭 밝혔다.
노 본부장과 김 대표는 각자 준비된 발언만 차례로 한 채,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동에서 이 보고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 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 하에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관련 활동을 지속 예의주시해 왔다”고 말했는데, 이는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오늘 협의에서는 북핵 문제가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외교와 대화를 통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데 한-미간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미는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가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에도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라는 기존 메시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노 본부장은 이밖에 이날 회동과 관련해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했다”며 “아울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는 그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협의를 추진해왔고, 남북간 협력 사업에 대한 협의도 진행해 왔다”며 “오늘도 후속 협의를 했고, 앞으로도 성 김 대표와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4월 대북정책 검토를 마친 뒤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는 지난 27일 홈페이지에 올린 ‘북한에 대한 안전조치 적용에 관한 보고서’에서 냉각수 방출과 방사화학실험실 사용 등을 징후로 꼽으면서, 북한이 2018년 12월부터 가동하지 않았던 영변 5MW(메가와트)급 원자로를 지난 7월초부터 재가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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