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 호라산’의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대한 테러 공격 이후 미국의 막바지 철수 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한 해병대원이 어린 아기를 돌보고 있다. 카불/미 해병대 AP 연합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대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하 호라산)의 테러 공격에 즉각 보복에 나서 ‘목표물’을 살해했다고 발표한 이후, 즉각 보복이 가능할 정도면 왜 미리 테러 공격을 막지 못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미 정보기관들은 카불 공항에 대한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는 걸 지난 25일 거의 확신했다. 이에 따라 카불 주재 미 대사관은 이날 밤 테러 위험이 있으니 공항에 접근하지 말라고 긴급 경고했다. 이즈음에 영국 국방부도 테러 공격이 몇시간 안에 벌어질 수 있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부터 약 12시간 만에 이슬람국가 대원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출입구에 접근해 자살 폭탄 공격을 벌임으로써 100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갔다. 이 공격으로 숨진 미군만도 13명이며, 이는 미군이 지난 10년 동안 아프간에서 입은 단일 사건 최대 피해였다. 이는 “미군의 아프간 주둔 20년을 마무리하는 비극적 결말”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자살 테러범이 어떻게 검문을 피해 공항까지 접근했는지’, ‘왜 미군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공항 주변에 그대로 머물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케네스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테러 공격 뒤 기자들에게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매켄지 사령관은 “군인들로서는 탈출을 위해 공항으로 몰려드는 인파 사이에서 신원을 확인하고, 무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카불 공항 주변이 대혼란에 빠졌다고 해서 철수 작업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는 말이다.
카불 공항이 대혼란에 빠지면서 테러 공격에 취약해진 것은, 미군이 최대 공군기지인 바그람 기지에서 지난 7월 서둘러 철수한 탓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미군이 바그람 기지를 유지했다면 철수 작업이 훨씬 질서 있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한 미군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바그람 기지를 지키려면 8천명의 군인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많은 군인을 유지하면 탈레반의 공격을 피할 길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람 기지를 통해 철수하려면 카불에서 차로 40분을 이동하면서 탈레반의 검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도 별로 없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호라산은 자살 테러 공격 전에도 항공기에 사격을 가하는 등 공격을 시도해왔으며, 미군의 철수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카불 공항 주둔 미군도 줄고 있어 이들의 공격은 더욱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미군의 호라산 제압 작전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군인들은 보복 공격이 상징적인 수준을 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군 관계자는 “우리는 아프간에서 2014년부터 이들을 격퇴하려 작전을 펼쳤지만, 수천명의 지상군을 동원하고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지상군이 모두 아프간에서 철수한 이후엔 작전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수많은 인명 피해로 얼룩진 미국의 아프간 철수 작전은 근본적으로 탈레반과 아프간 상황에 대한 오판 때문에 어긋났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진단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뉴 아메리칸 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대표는 “핵심 계산 착오는 미국이 (철수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