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인파가 몰려들고 있는 카불 공항에서 26일(현지시각) 자살 폭탄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다수가 사망했다. 부상자들이 카불 시내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카불/아스바카 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등 각국의 막판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업이 긴박하게 진행되는 와중에 26일(현지시각) 카불 공항 근처에서 자살 폭탄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다수가 숨졌다고 <로이터>,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폭발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으며 몇명인지 불분명하지만 피해자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반면, 탈레반 관리들은 어린 아이를 포함해 적어도 13명이 숨지고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에이피>도 현지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여러명이 숨지고 부상자도 많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 <아스바카 뉴스>는 부상자들이 카불 시내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진을 공개했다. <아에프페>(AFP)는 자사 사진기자가 사망자 5명의 주검과 10여명의 부상자가 병원으로 옮겨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보도했고, <로이터>는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가 최소 60명 정도라고 전했다. 부상자 가운데는 미국 관리와 군인도 있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이 전했다.
<로이터>는 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 사건에 대한 초기 보고에 따르면 이날 폭발은 자살 폭탄 공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이는 초기 보고일뿐이어서 추후에 보고 내용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터키 국방부는 이날 폭발이 공항 인근 두 군데에서 발생했으며 터키군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도 카불 공항 주변은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 수천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는데, 미국·영국 등은 카불 공항에 대한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의 테러 공격 가능성이 높다며 공항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카불 주재 미 대사관은 전날 긴급 공지를 통해, 테러 가능성이 있으니 아프간인들은 공항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알렸다. 영국 국방부도 카불 공항에 대한 테러가 임박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또 벨기에는 테러 가능성이 높아지자 카불 철수 작전을 종료했고, 오스트레일리아도 공항 근처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렸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미 의회조사국 등의 최근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결성된 ‘이슬람국가’의 현지 분파 조직이 아프간 동부 지역에 몰려 있다. 이들은 애초 파키스탄 지역에서 활동했으나 파키스탄 군의 공세를 피해 아프간으로 넘어왔다고 의회조사국은 지적했다. 미국의 한 관리는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전제로, 이번 폭발을 이슬람 국가가 저질렀음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가 전했다.
한편, 드미트리 쥐르노프 주아프간 러시아 대사는 24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아프간에는 이슬람국가 테러범 4천여 명이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이슬람국가와 탈레반은 모두 이슬람 수니파 계열이지만, 시아파에 대한 대응 방침 차이로 종종 대립해왔다. 현재 아프간에 있는 이슬람국가 조직이 탈레반에 맞설 전투 능력은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