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산타모니카 부두를 걷고 있다. EPA 연합뉴스
10년마다 실시하는 미국 인구조사에서 백인의 절대 숫자가 사상 처음으로 줄어들고, 전체 인구 대비 비율도 6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히스패닉과 아시안 인구는 늘면서 다양성이 한층 강해졌다.
미 인구조사국은 12일(현지시각) 지난해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 백인 인구가 1억9170만명으로 2010년보다 2.6%(510만명)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백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9%, 2010년 63.7%에 이어 이번에는 57.8%로 줄었다. 미국에서 백인의 절대 인구가 감소한 것은 1790년 인구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인구학자인 윌리엄 프레이는 <워싱턴 포스트>에 밀레니얼 세대들의 낮은 출산율과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대유행으로 백인 인구 감소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미국은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구조사국은 미국 전체 인구가 약 3억3144만으로 10년 사이 7.4% 증가했다고 지난 4월 밝힌 바 있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미국 인구 증가는 비백인에서 이뤄졌다. 그 가운데 히스패닉이 미국 전체 인구 증가의 51.1%를 차지했다. 히스패닉 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23% 늘어난 6210만명으로, 미 전체 인구의 18.7%를 점유한다. 아시안은 2010년 조사에서 미 전체 대비 비율이 5.9%였으나 이번에 6.1%(2400만명)로 늘었다. 전체 인구 대비 흑인 비중은 10년 사이 동일하게 12.1%로 조사됐다.
캘리포니아주에서 10년 만에 히스패닉(39.4%)의 비율이 백인(34.7%)을 추월했다. 이 주를 비롯해 텍사스, 네바다, 메릴랜드, 뉴멕시코, 하와이까지 6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서 백인보다 유색 인종이 다수다.
자신을 여러 인종이 결합된 다인종이라고 대답한 인구도 급증했다. 10년 전 900만명이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276% 늘어난 3380만명이다. 이는 이번 조사의 설문이 그 전에 비해 다인종이라고 답변하기 편리하게 설계된 영향도 있을 수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덧붙였다.
인구조사국의 수석고문인 니컬러스 존스는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미국 인구는 과거에 조사했던 것보다 인종과 민족에서 훨씬 더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프레이는 미국의 인종 다양화는 계속될 것이며, 2045년 즈음에는 백인 비중이 50% 아래로 떨어져 미국에 다수 인종이라는 게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부터 2060년 사이에 히스패닉과 아시안 인구는 두 배로 늘어나고, 이민과 출산으로 인해 다인종 인구가 세 배로 뛸 수 있다고 했다.
갈수록 인구가 대도시로 몰리고 농촌 지역에서는 줄어드는 경향도 이번 조사에서 재확인됐다. 미국 인구의 86.3%가 5만명 이상의 도시권에 살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그 밖의 지역에 사는 인구는 2.8%포인트 줄었다.
이번 인구조사 결과는 향후 10년 동안 각 주 안에서의 선거구를 재획정하는 데 사용된다. 주별 연방 하원과 대통령 선거인단 숫자도 이 결과에 따라 조정된다. 또한 연방 및 지방정부의 예산을 배정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데 기준이 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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