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공짜 도넛과 소시지, 음악회, 할인 혜택, 무료 입장에 현금까지.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 발생이 다시 늘고 있는 선진국에서 정체에 빠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각종 유인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선진국들의 백신 유인책은 백신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률이 늘지 않아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인한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독일 튀링겐주에서는 백신 접종센터에서 무료 소시지를 나눠주고 있다. 화이자 백신을 소시지와 한 패키지로 해서, 이 백신을 맞으면 소시지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자 예약율이 높아졌다. 송아지 고기나 돼지고기로 만드는 독일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인기있는 브라트부르스트 소시지가 제공된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는 백신 페스티벌을 조직하고 있다. 3일간 열리는 페스티벌에서 음악, 여흥,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며, 코로나19 백신도 접종할 계획이다.

유럽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인 루마니아에서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드라큘라 성으로 유명한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 지역의 한 성에서는 무료 입장에 백신을 얹고 있다. 중세 고문도구로 유명한 브란성은 오는 8월말까지 매 주말에 관람객들을 무료로 입장시켜 백신을 맞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성은 언론의 주목을 받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 부쿠레슈티에서는 백신을 맞으면 무료 바비큐와 서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백신을 맞은 시민들에게 복권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유인책이 접종률을 실제 접종률 높이기에 효과가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일자, 현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이미 나왔다.

접종율이 34%에 불과한 웨스트버지니아는 지난 4월 대대적인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젊은이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100달러 저축증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백신을 맞은 이들에 대한 장학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들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의 3분의 1 정도는 25~100달러의 보상책이 있으면 백신을 맞을 것이라는 연구를 내놓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방 정부들에 “100달러를 제공하는 백신 인센티브를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넛 업체인 크리스피크림이 백신 접종서를 제시하면 도넛 1개를 공짜로 주는 등 업체들도 백신 접종률 높이기에 나서고 있으나, 올해 하반기 들어 백신 접종률이 정체를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른바 ‘고립공포감’(FOMO)이라는 심리기법까지 동원해 백신 접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고립공포감은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는 마케팅 기법이었으나, 최근에는 소외되지 않으려는 사회심리현상을 나타내는 용어로도 쓰이고 있다. 영국 당국은 젊은이들이 모이는 술집이나 식당에서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는 메시지를 계속 내보내라고 조처하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친구들이 참석하는 파티나 페스티벌에서 소외된다는 압박이다.

영국은 이미 백신을 맞은 이들에게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나 배달 음식 서비스에서 할인을 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런던 위생학 및 열대의학 대학원의 마킨 맥키 교수는 런던 북부의 축구팬들이라면 그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유명한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등에서 백신 접종을 하는 방안을 고안하는 등 혁신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콩에서는 악명높은 주택난을 이용한 유인책도 나왔다. 최근 한 아파트 분양에서는 백신을 맞은 이들에게만 추첨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런 유인 정책들이 현재의 백신 접종 정체를 개선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금 유인책이 무료 음식이나 티켓보다는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표준적인 경제 이론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현금이나 다른 보상책들이 의도와 반대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은 ‘못맞은’ 것이 아니라 ‘안 맞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이 이런 인센티브 정도로 백신을 맞기로 마음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금 등의 유인책은 오히려 백신을 불신하는 이들의 믿음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