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기온이 최고 49.6도까지 치솟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치먼드의 물놀이 시설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리치먼드/AFP 연합뉴스
지난달 말 캐나다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9.6도까지 치솟고 한국도 연일 폭염에 시달리는 가운데, 앞으로 30년 동안 이상 고온 현상이 지난 30년에 비해 2~7배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의 ‘대기기후과학 연구소’ 연구팀은 2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논문에서, 평년 기온보다 5도 이상 높은 기온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이상 고온’이 앞으로 훨씬 잦고 최고 기온도 과거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이상 고온 현상을 예측한 결과,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1~80년에는 이상 고온 현상이 현재보다 3~21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에리히 피셔 박사는 “이상 고온 현상에 가장 취약한 지역은 북아메리카, 유럽, 중국이 될 것”이라며 “이는 아주 우려스러운 전망”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피셔 박사는 “현재 기후 조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최고 기온이 아직 많은 지역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보다 더 늘지 않더라도 당분간은 이상 고온 현상이 더 잦고 이상 고온 때의 최고 기온도 높아질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연구팀은 또 이상 고온 현상이 점차 늘어나기보다 돌발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피셔 박사는 “2~3년마다 한번씩 과거보다 0.1도 정도 높은 기온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하는 건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라며 “돌발적인 폭염 발생이 더욱 우려스러운 이유”라고 말했다.
피셔 박사는 지난달 말 캐나다의 폭염이 최고 49.6도를 기록함으로써 1937년 기록한 최고 기온보다 4.6도나 높았던 것을 거론하며 “이런 급격한 기온 상승이 다시 반복되더라도 놀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온난화에 따라 지구의 기온이 결국 얼마나 높아질지 자체보다는 (일정 기간의) 온도 상승률이 이상 고온 현상 발생에 더욱 결정적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이는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하게 줄이지 않으면 이상 고온 현상을 막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대기과학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마이클 맨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올해 우리가 전세계에서 겪은 폭염이 의미하는 것, 곧 위험한 기후변화가 이미 우리에게 도달했다는 점을 역설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세계 222개 지역의 공식 역대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을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사례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런 현상은 북아메리카의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영국,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아프리카의 가나, 짐바브웨, 토고, 앙골라, 라틴아메리카 파라과이 등 전세계적으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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