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에서 연설하고 있다. 댈러스/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한-미 동맹을 깨겠다고 참모들에게 말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13일(현지시각) 자사 기자인 캐럴 리어닉과 필립 러커가 쓴 책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앙적 마지막 해>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소개된 대목은 지난해 대선일인 11월3일 혼란스러웠던 개표 상황에 관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트럼프와 불화를 겪었던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이 대선 당일 조 바이든 후보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한국이 언급됐다.
책에는 “사실,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하고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날려버리는(blow up) 것을 추구할 것이라고 비공개 석상에서 시사했었다”고 적혀있다. 에스퍼 등 참모들이 트럼프에게 대선 전에 동맹들과의 관계를 찢어버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할 것이라고 말하자 트럼프는 “그래, 두번째 임기에. 우리는 두번째 임기에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내용은 에스퍼가 왜 트럼프가 아닌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빌었는지를 설명하면서 나온 것이다. 에스퍼가 상원 외교위원회 보좌관이던 시절 바이든 상원의원, 토니 블링컨 현 국무장관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이 국가안보 강화에 진지하고 안정적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에스퍼는 트럼프 임기말에 인종차별 항의 시위 진압에 군 병력 투입을 거부하고,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군 기지 명칭을 바꾸기로 하면서 트럼프의 눈밖에 났다.
<워싱턴 포스트>에 소개된 대목에는 트럼프가 한-미 동맹을 깨버리겠다고 한 이유는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가 한국에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들에게도 같은 요구를 하며 관계를 악화시켰던 것의 연장선으로 추정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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