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캐릭터를 소재로 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오늘 아침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를 찾지 못했거나 어제 시험을 망쳤다면, 이제부터는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핑계를 댈 수 있을까?
존스홉킨스 대학과 네브라스카 대학 연구진이 내놓은 결과를 보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미국 방송 <에이비시>는 11일 사람을 ‘살짝’ 멍청하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바보 바이러스’ 발견이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밝혔다. ‘바보 바이러스’와 무관한 실험을 진행하던 중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44%가 아이큐시험에서 평소보다 7~9점 정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실험에서는 사람들의 주의 집중력과 사람들이 주어진 시각 정보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는지를 가늠했다.
네브라스카 연구진이 이 바이러스를 쥐의 소화기관에 주입하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쥐들은 미로를 헤매고 다녔고, 새 장난감들의 등장에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또 철장으로 드나드는 새로운 길목들을 까먹은 듯 했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다른 쥐들보다 아주 조금 멍청하게 굴었다.
이 실험을 이끌었던 로버트 욜켄 박사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무해한 미생물들이 우리의 행동과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놀라운 예”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발티모어의 존스홉킨스 어린이병원 소아감염질환 전문의이자 바이러스 전문가이다. 욜켄 박사는 실험 결과가 우리의 행동과 심리가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의 영향만은 아님을 증명하는 연구라고 말했다.
미국 감염질환학회 대변인 애론 글랫 박사는 인간의 지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것에 회의적이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내셔널 아카데미 오브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소개된다.
김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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