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그릴때 동시 작업한듯
제자 작품 추정…가치 재조명
제자 작품 추정…가치 재조명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걸작 <모나리자>의 복제품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세계 미술계가 들썩이고 있다.
1일 외신들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 쪽을 인용해 다빈치 사후에 그려진 것으로 알려진 ‘짝퉁 모나리자’가 실은 다빈치가 원작을 그릴 때 그의 제자가 같은 작업실에서 스승과 함께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원작 모나리자는 다빈치가 16세기 초 피렌체의 부호 프란체스코 델조콘도의 부인을 그린 초상화. 입가의 엷은 미소가 신비감을 자아내는 가로 53㎝, 세로 77㎝ 크기의 유화로, 현재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프라도미술관 쪽은 몇 해 전부터 소장하고 있던 이 ‘모나리자’ 복제화를 16~17세기에 그려진 수많은 ‘짝퉁 모나리자’들 가운데 하나로만 여겼다. 하지만 올해 루브르박물관 대여 전시를 위해 전문가들이 2년 전부터 복원작업을 하면서 이 그림의 독자적 가치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복제품에 덧칠된 검은 물감을 제거하니, 인물의 배경에 원작을 빼다박은 것처럼 닮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풍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 얼굴 부위에 덧칠된 광택제를 벗겨내자 모나리자의 매혹적인 눈과 불가사의한 미소가 더욱 생생한 모습으로 빛을 발했다. 다빈치의 원작이 그림 표면의 물감칠에 작은 금들이 많이 가고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조라 모델이 나이든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반면, 복원된 복제품은 훨씬 화사한 배경에 투명한 피붓결을 지닌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처럼 보인다. 눈썹이 없는 원작과 달리 엷고 가는 눈썹이 선명한 것도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적외선으로 투영해보니 두 작품의 밑그림은 아주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복제 그림이 원작과 같은 시기에 같은 공간에서 제작됐으며, 두 작품이 거의 똑같은 밑그림에서 출발해 별도의 가다듬기와 채색 과정을 밟았음을 시사한다고 영국의 미술 월간지 <디 아트뉴스>는 전했다. 또 정밀조사를 통해 복제 그림의 액자가 원작과 같은 호두나무로 만든 것임이 처음 확인된 것도 ‘재발견’에 한몫했다. 이제까진 당시 이탈리아에서 거의 쓰이지 않았던 오크나무 액자로 여겨져 북유럽 화가의 작품이란 추정의 근거가 돼왔다. 크기도 가로 57㎝, 세로 76㎝로 원작과 거의 같았다.
프라도미술관과 루브르박물관의 전문가들은 다빈치의 제자였다가 동성애 연인으로 발전한 안드레아 살라이 또는 1506년에 다빈치의 작업실에 입문한 프란체스코 멜치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복원된 이 복제 그림은 오는 3월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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