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원정팬 경기 뒤 충돌
흉기·방화로 수백명 사상
흉기·방화로 수백명 사상
지난 1일 이집트 북부 지중해 연안 도시인 포트사이드의 축구경기장.
90분 경기의 종료 호각이 울리는 순간, 안방팀 승리에 감격한 관중들이 운동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이는 이내 이집트 최악의 경기장 참사로 이어졌다. 이집트 보건부 장관은 이날 ‘울트라’로 불리는 축구 ‘광팬’들의 난동 사태로 74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오랜 라이벌에 3-1로 승리를 거둔 기쁨에 취한 홈팀 ‘알마스리’의 관중들이 경기장에 난입하자 카이로에 연고를 둔 원정팀 ‘알아흘리’의 응원 관중까지 덩달아 경기장에 들어오며 두 팀의 팬들이 충돌했다.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난장판이 됐다. 알아흘리의 한 선수는 “그것은 전쟁 같았다”고 말했다고 <시엔엔>(CNN) 등은 전했다. 폭도로 돌변한 일부 관중들은 상대팀 응원단과 선수들은 물론, 경기장 스태프들과 경찰들까지 공격했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일부 폭도가 흉기를 휘두르고 돌을 던지며 방화까지 저지르자, 겁먹은 관중들이 한꺼번에 좁고 긴 출구로 몰린 것이 인명 피해를 더 키웠다. 사망자 대다수는 탈출 과정에서 압사했거나 질식사했다. 이번 사고는 이집트 스포츠 역사상 최악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1996년 과테말라에서 78명이 숨진 사건 이후 가장 심각한 축구장 내 인명피해 사고로 기록됐다.
이날 사건으로 이집트 최고군사위원회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이집트 일간 <마스리 알야움>은 2일 “카이로 알아흘리팀 응원단의 귀향을 기다리던 희생자들의 가족과 친구들 수천명이 나일강변의 국영텔레비전 방송사 앞으로 몰려가 최고군사위원회의 후사인 탄타위 의장의 처형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고 전했다. “경찰 등이 제대로 폭력사태를 막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시위엔 타흐리르 광장을 점거하고서 민주화 시위를 벌이고 있던 시민들도 가세했다.
이집트 축구협회는 리그 경기를 무기한 중단했지만,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데다 의회가 임시회의를 소집하는 등 사태의 파장은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회사가 지옥”…회 못먹자 회식을 매번 회로
■ 2만원벌이 폐지수레는 영하15도 새벽을 가르고…
■ 박원순 “총선 전에 민주통합당 입당”
■ 차세대 전투기 공개입찰 전에…“MB, 오바마에 F35선정키로 약속”
■ ‘모든 남성’이 죽을 때 후회하는 한 가지는?
■ “회사가 지옥”…회 못먹자 회식을 매번 회로
■ 2만원벌이 폐지수레는 영하15도 새벽을 가르고…
■ 박원순 “총선 전에 민주통합당 입당”
■ 차세대 전투기 공개입찰 전에…“MB, 오바마에 F35선정키로 약속”
■ ‘모든 남성’이 죽을 때 후회하는 한 가지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