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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달 아기의 안타까운 ‘안락사’

등록 2009-11-12 00:47

 “사랑하는 아기야, 부디 잘 가렴.”

 갓 한돌이 지난 아기를 하늘로 보내기로 결정한 젊은 아빠는 끝없는 슬픔과 미안함에 가슴이 무너졌다. 1년도 넘게 아기의 병상을 지켜온 뒤였다. 법정에 나란히 선 엄마의 눈에도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영국 고등법원은 선천성 근무력 증후군을 앓는 13개월 남아 ‘아르비’(RB·가명)의 연명치료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판단 아래 안락사를 결정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이 10일 보도했다.

 아기는 뇌 손상을 입지 않았음에도 거의 모든 근육의 통제력을 상실한 희귀병을 앓아왔다.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웃을 수도 없다. 태어날 때부터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 했다. 엄마는 아기의 고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어 병원의 안락사 권고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아빠는 아기의 목에 관을 삽입해 폐에 산소를 공습하는 기관절개술을 시술해서라도 아기를 더 붙들고 싶었다. 부모의 간절한 정성도 첨단의학도 아기를 살릴 수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힘겨운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이날 법정에 섰을 땐 항소할 기운마저 남아있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내린 맥팔레인 판사는 “많은 의학적 소견과 증거로 미뤄 안락사 결정이 유일하게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아기의 삶은 하루하루, 매시간시간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움직일 수도, 소리를 낼 수도 없어 고통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의학자인 앤드루 부시 교수도 “연명 치료를 정당화할 수 없을만큼 아기의 삶의 질이 좋지 않다”며 법원 쪽의 판결을 지지했다.

 아기는 조만간 다량의 진정제를 투여받아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날 예정이다. 20대의 부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나마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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