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 황제의 회전식당을 떠받치던 기둥으로 추정되는 지름 4m 벽돌 구조물 앞에서 29일 한 남성이 보도진들에게 발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로마/AP 연합
로마 팔라틴 언덕 황금궁전 터에서 유적 발견
로마의 네로 황제는 회전식당에서 만찬을 즐겼다?
유럽 고고학자들이 이탈리아 로마의 팔라틴 언덕에 있는 네로 황제(기원후 37~68년)의 황금궁전(도무스 아우레아) 터에서 회전식 호화만찬장으로 추정되는 유적을 발굴해 공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이 만찬장은 지구의 회전운동을 모방해 밤낮으로 회전하는 원형 공간으로, 지금까지 발굴작업에서는 실내 기저부의 회전구조와 주방으로 보이는 부속실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름 16m 크기의 회전식당은 물의 흐름으로 회전력을 전달하는 4개의 공 모양 장치와 4m 지름의 커다란 기둥 위에 받쳐져 있다. 회전식당은 고대 로마의 역사기록에도 나온다. 로마 황제 12명의 전기를 쓴 역사가 수에토니우스는 자신의 책에서 “밤낮으로 하늘의 시간에 맞춰” 회전한 식당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최고위급 고고유적 당국자인 안젤로 보티니는 “고대 로마에서 모든 활동의 핵심은 오락을 곁들인 만찬이었다”며 “연회에서 네로는 태양과 같았으며 다른 참석자들이 황제의 주변을 돌았다”고 설명했다. 발굴팀의 수석 고고학자인 프랑수아즈 빌디외는 “이 연회장은 정부 관리들과 귀빈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고대 로마의 어떤 건축물과도 비교될 수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로의 별장인 황금궁전은 고대 로마의 7개 언덕 중 4개에 걸쳐 있으며, 로마의 광장과 호수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조망을 자랑했다. 사치와 향락을 즐긴 폭군으로 알려진 네로는 기원후 64년 로마 대화재 이후 황금궁전을 지었으나 불과 4년 뒤 반란이 일어나자 자결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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