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톨릭 사제로부터 성(性)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미국인 남성 3명이 소송 과정에서 교황청을 피고로 내세우는 데 성공하면서, 교황에게까지 증거를 내놓도록 압박하려 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교황청이 주권 국가로서 대다수의 소송에서 면책이 되지만 최근 미국 제6항소법원은 미국인 사제들의 성 학대 은폐 기도에 교황청 관리들이 개입됐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번 소송은 특히 교황청이 지난 1962년 명령을 통해 사제들의 성 학대 연루 혐의들을 숨기도록 교회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며, 이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3명의 원고 측 변호인으로 4년째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윌리엄 맥머레이는 62년 명령으로 인해 비밀에 부쳐진 사제들의 성 학대 행위는 교황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62년의 명령을 담은 문건은 2003년에야 공개됐다. 맥머레이 변호사는 특히 현재 81세인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62년에 마련된 이 명령의 유일한 산 증인이라며, 당시 교황청 신앙교리성에 무엇이, 언제, 누구에 의해 보고되었는지 밝힐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 바로 교황이라고 강조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성 학대 연루 사제들을 조사하고 처벌하는 책임을 진 신앙교리성 장관직을 24년간 수행했기 때문에 전임인 요한 바오로 2세에게 당시 사건을 보고했을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황청 측 제프리 리너 변호사는 미국 사제의 성적 비행에 대해 바티칸의 책임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원고들이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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