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 비관”에 경찰조사
“제가 한 일이라곤 모두가 아는 것을 말한 것뿐입니다.”
32살의 대학 강사인 드미트리스 스미르노브스는 억울한 표정이었다. 옛 소련 연방의 하나였던 라트비아의 비밀경찰국은 그를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이틀 동안 구금했다. 그는 기소되진 않았지만 여전히 조사를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일 보도했다.
경제분석가이기도 한 스미르노브스는 지난 9월 한 지역신문이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당시 “첫째 은행에 돈을 맡기지 말라, 둘째 라트화(라트비아의통화)로 현금을 보유하자 말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비밀경찰국은 그의 이런 비관적 경제 전망과 조언에 대해, 라트비아의 환율과 은행들을 헐뜯은 혐의로 조사했다.
비밀경찰국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금융상황의 불안정을 피하기 위한 예방적 조처”라고 밝혔다. 이 나라의 재무장관도 “대중은 은행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가십거리를 퍼뜨릴 땐 두번 생각해야 한다”며, 비밀경찰국의 단속을 두둔했다.
라트비아의 사례는 최근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이면서도 통찰력 있는 글을 쏟아내 네티즌들로부터 커다란 공감을 산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한나라당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스미르노브스의 조언은 적중했다. 3분기 라트비아의 경제는 -4.2% 성장했다. 주식시장은 지난 한달 동안 51%나 대폭락했다. 라트비아 총리는 결국 지난달 20일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입’을 막는다고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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