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나폴리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두 남녀와 백사장에 방치된 두 집시 소녀의 시신. 두 소녀의 시신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광욕을 즐기는 이탈리아인들의 몰염치를 담은 사진 한 장이 이탈리아 사회에 충격을 주고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2일 전했다.
집시 소녀 크리스티나(16)와 비올레타(14) 자매는 지난 19일 오후 2시쯤 나폴리 토레가베타 해변에서 거센 파도에 휩쓸려 익사했다.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팔기 위해 해변에 나왔던 자매는 더위를 참다 못해 바다에 몸을 담갔다가 갑자기 덮친 파도에 휩쓸려 참변을 당했다.
인명구조원이 달려왔으나 이미 두 소녀는 목숨을 잃은 뒤였다. 문제는 두 소녀의 시신 처리였다. 경찰은 두 소녀의 시신을 백사장에 그대로 남겨둔 채 가족과 접촉하기 위해 두 소녀와 동행했던 다른 자매만 경찰서로 데려갔다. 누군가가 두 소녀의 시신에 타월을 덮어 주었고, 다른 피서객들은 시신을 주위에 둔 채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 같은 무관심은 이탈리아인들이 수 세대 동안 자신들과 함께 살았던 집시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우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이탈리아 최대 집시단체인 오페라 노마디의 엔초 에스포지토는 "해변의 익사 사고는 평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그러나 시신에서 불과 몇 m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몇 시간씩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태는 끔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집시들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각종 범죄 뉴스와 유럽연합 확대 후 몰려드는 루마니아인들로 인해 집시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루마니아인 집시를 비롯한 불법 이주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집시들에 대한 지문 채취를 추진해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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