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흑인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고등법원이 18일 이색적인 판결을 내렸다. 중국계 남아공인을 법률상 `흑인'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
이로써 남아공 인구 구성비의 0.4%를 차지하는 20만 중국계가 법적으로 흑인으로 분류돼 `범(汎)경제권분산법'과 `고용평등법'이 부여하는 취업, 승진, 계약체결 등과 관련된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백인 정권시절의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로 인해 초래된 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제정된 이들 법안의 수혜 대상은 그간 흑인과 컬러드(흑백혼혈), 인도계로 한정돼 왔다.
이번 판결은 남아공중국인협회(CASA)의 8년여에 걸친 `투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들 중국계는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는 흑인에 못지않은 차별을 받고, 흑인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백인으로 취급되면서 법적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패트릭 청 CASA 회장은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중국계는 공식적으로 컬러드로 분류돼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되기 이전까지 법률적 차별 속에 고통을 받았다"면서 "논리적으로는 중국계도 1994년 이후 컬러드 계층에 부여된 것과 동일한 혜택을 누려야 했으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채 계속 차별을 받아야만 했다"면서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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