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들이 갈수록 향수를 멀리하고 있다.
개인 취향인 향수의 냄새가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향수 사용 감소의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14일 밸런타인 데이 향수가 장미나 초콜릿과 같이 상대방에게 안심하고 선물할 수 있는 품목 중 하나였는데 올해는 그럴 것 같지 않다면서 향수를 뿌리지 않는 여성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앨라배마 잡지사의 패션 에디터인 28세의 레슬리 웨어는 몇 년 전 자신이 즐겨 쓰던 향수의 냄새를 약혼자가 싫어해 이 향수를 쓰는 것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웨어는 약혼자와 결국 갈라섰고, 이후로 그녀는 향수를 뿌리지 않고 있다.
웨어의 경우처럼 향수를 쓰지 않는 여성들은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NPD그룹이 지난해 9천800명의 여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5%의 여성이 향수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해 2003년의 13%에 비해 비중이 2%포인트 높아졌다.
NPD그룹의 캐런 그랜드 애널리스트는 "별로 큰 변화가 아닌 것 같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향수를 쓰지 않는 여성이 200만명 늘어난 것"이라면서 "85%의 여성이 여전히 향수를 구매하고 있지만 갈수록 많은 여성들이 향수를 덜 쓰거나 전혀 쓰지 않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내 향수 판매도 향수의 종류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과는 반대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향수는 1천160가지로, 2002년의 756개에 비해 크게 늘어났지만 향수 판매액은 19억7천만달러로 2002년의 20억달러보다 줄었다.
이같이 향수의 인기가 퇴조하는 것은 공공장소에서 흡연이나 휴대전화 사용이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기 때문에 금지되는 경우처럼 향수에 대한 반감이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그랜트 애널리스트는 "향수를 덜 쓰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향수가 비싸거나 로션 같은 다른 대체품을 많이 쓰기 때문이 아니다"며 "많은 사람들이 향수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삶이 갈수록 바빠지면서 친밀한 인간관계가 소원해지는 것도 개인적 취향을 잘 알아야 하는 향수를 선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문은 일부 병원에서는 향수에 민감한 환자나 직원들을 고려해 향수 사용을 하지 말도록 하고 있고 학생들에게 향수 사용을 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도 있는 등 '향수 프리'를 지향하는 직장이나 문화관련 시설 등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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