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중국의 수단사태 외면에 항의…인권단체 ‘사퇴 압력’ 받아
할리우드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사진)가 12일 “중국이 수단 다르푸르의 인권을 외면한다”며 베이징 올림픽 행사의 해외 예술자문단에서 사퇴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스필버그는 중국 대사관과 중국 올림픽 위원회에 보낸 성명에서 “수단 정부가 현재 자행되고 있는 범죄에 책임이 있지만, 국제사회 특히 중국이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양심상 더는 (베이징 올림픽 행사)에 관여할 수 없다”며 “내 시간과 정력은 올림픽 행사가 아니라 다르푸르에서 계속되는 범죄를 종식시키는 데 쓰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스필버그는 인권단체들로부터 자문단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스필버그의 대변인 앤디 스판은 “수단이 다국적 평화유지군의 입국을 거부하고 구호요원들을 추방할 때 스필버그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수단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두 차례 보냈다”며 “그렇지만 그는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했고 그러는 사이 인권단체에서는 사퇴 요구 목소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다르푸르 유혈사태로 비난을 받고 있는 산유국 수단의 주요 원유 수입국이며 무기 공급국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수단 서부 도시 다르푸르에서는 2003년 내전 발생 이후 인종청소와 기아, 질병 등으로 20만명이 숨졌다. 스필버그의 사퇴에 대해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다르푸르 사태는 중국 국내의 일도 아니고, 중국이 일으킨 것도 아니다”며 “그럼에도 둘을 하나로 묶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남아프리카공화국 주교, 이란 여성변호사 시린 에바디, 할리우드 여배우 미아 패로와 엠마 톰슨 등 25명도 이날 성명을 내어 “수단의 주요 경제·군사 ·정치 파트너이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다르푸르의 즉각적인 평화를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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