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 연구 등 학습 외 의도도 있는 듯
이탈리아의 악명높은 마피아 두목들이 감옥에서 각종 학위취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마피아에 적대적인 2명의 판사와 한 성직자를 살해하고 미술관 2곳을 폭파해 103명을 사상한 죄로 1994년 종신형을 선고받은 주제페 그라비아노와 필리포 그라비아노 형제는 최근 각각 수학과 경제학에서 최고학위를 땄다.
역시 두명의 판사를 살해한 죄로 수감된 마피아 두목 피에트로 아글리에리는 신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좋아해 마피아 내에서는 '작은신사(U signurinu)'란 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납치 및 갈취로 투옥된 안토니오 리브리는 사회학을 전공했고 언론인을 살해한 죄를 받고 있는 주제페 굴로티는 법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신문은 마피아 두목들이 감옥에서 학위를 밟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공부에 몰두하는 이유가 학문적 성취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마피아 전문가 주제페 기스톨리시는 "이들이 선호하는 주제는 법률"이라면서 "어디서 어떤 잘못을 저질러 붙잡힌 것인지 찾아내거나 언젠가 풀려나게 되면 상세한 법률지식을 이용, 검거를 피하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세바스티아노 아르디타 전 이탈리아 교정당국 책임자도 "난 그들이 자신들의 방식을 바꿨다고 믿지 않는다. 그들의 학구열에는 공부 이외의 뭔가가 더 있다"고 말했다.
아르디타는 학위가 주는 지적 우월성이 마피아 두목들이 지배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다 이탈리아법은 죄수들이 시험때마다 대학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어 이들이 심복들과 접촉, 명령을 내리는 기회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플로렌스대학의 에밀리오 산토로 교수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죄수의 경험'이란 논문으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마피아 조직원 카르멜로 무수메시의 예를 들면서 마피아 두목들도 스스로를 개발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마피아 죄수들은 매달 2번의 면회와 하루 4시간의 실외활동만을 허용하는 '42b'로 알려진 보안체계하에 관리되는데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를 지나치게 가혹한 대우라 비판해왔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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