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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외토픽

폭력영화가 폭력사건 줄인다?

등록 2008-01-08 08:35

폭력적인 내용의 영화에 관객이 몰릴수록 실제 폭력사건은 줄어든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7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샌디에이고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최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폭력영화가 연간 5만2천건의 폭행사건 발생을 예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지난 10년 간 범죄통계와 영화등급 및 관객 자료를 토대로 폭력영화가 상영되는 동안과 상영 직후 범죄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폭력영화에 사람이 몰릴 수록 폭력사건 발생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계량적으로 입증됐다는 것.

연구진은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주말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 폭력적인 내용의 영화를 관람한 100만명 당 폭력사건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1.3% 줄어들었으며 영화가 끝난 뒤인 주말 자정부터 새벽 6시 사이 범죄 발생률도 최대 2.1%까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한 젊은 관객들의 시선을 끈 비폭력 영화도 비록 폭력영화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범죄 예방효과를 보였다면서 이는 할리우드가 폭력영화가 아니라더라도 젊은 남성들의 관심을 끄는 영화를 통해 폭력범죄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를 이끈 고든 달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경제학 교수는 폭력영화가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영화관에 붙들어 놓는 역할을 한다면서 단기적으로 폭력영화를 없앤다면 폭력사건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달 교수의 주장은 영화나 비디오게임 등에 나오는 폭력적인 장면이 장기적으로 폭력에 대한 무감각을 불러오면서 폭력행위를 증가시킨다는 기존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비판론자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지치게 즉각적인 효과에만 치중해 폭력영화가 주는 장기적인 해악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정책결정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으며 부모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비난했다.


아이오와주립대학 폭력연구소장이자 심리학자인 크레이그 앤더슨 교수는 미디어의 폭력적인 장면이 폭력적인 행동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는 수없이 많다고 반박했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미디어감시단체의 간부인 멜리사 핸슨도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영화 이외에도 할 수 있는 것은 많다면서 거리로 나서거나 음주를 하는 대신 폭력적인 영화를 보라는 것은 어리석은 발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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