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한 마리가 카메라맨을 피해 움직이려 하지만 여섯 걸음을 옮기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지만 힘겹게 일곱 걸음을 옮긴 뒤 또 쓰러졌다"
공장형 닭 사육농장의 열악한 모습을 비밀리에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영국의 동물복지단체인 '세계 영농에 대한 연민'(CIWF)이 최근 최대 5만마리의 병아리를 키울 수 있는 공장식 농장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는 모습을 촬영, 공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흰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수천 마리의 병아리는 흐릿한 조명 아래에서 막연히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으며 몇몇은 절뚝거리거나 죽은 듯한 모습이 영상에 잡혔고 사육장 밖 쓰레기통은 폐사한 닭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이들 '영계'는 세계적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 등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업체에 이미 판매된 상태로 이 업체는 관련 영상이 공개되자 사육환경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서둘러 발표했다.
특히 다음 주 영국 민영TV 채널4는 값싼 닭고기가 사육되는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고 유통업체에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어서 파문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공장형 사육농장에서 자란 닭의 27%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몸집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자라기 때문에 걷기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연구결과 드러나고 있다.
CIWF는 "이들 병아리는 유기농 닭들과 달리 채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을 살아있지만 실내에서만 지낸다"며 영국 내 공장형 닭 사육장의 현실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성 기자 cool21@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cool21@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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