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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외토픽

“니캅 벗어-못 벗어”…이집트 정부-간호사 줄다리기

등록 2007-11-25 17:53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여성 간호사의 니캅 착용 문제를 놓고 이집트 정부가 간호사들과 대립하고 있다.

무슬림 여성들이 착용하는 니캅은 눈 부위만 노출하는 전신 베일이다.

이집트를 비롯한 이슬람권에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확산된 이슬람 복고주의의 영향으로 니캅을 착용하는 여성들이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이고,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니캅 착용이 유행하고 있다.

이집트 당국은 간호 분야에서 일하는 약 20만명의 여성 중 병원에 따라 35∼50%가 니캅을 쓰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니캅을 착용하는 간호사들이 늘면서 이집트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니캅이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복장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손 부위를 가리는 장갑까지 포함하는 니캅은 병원균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크고, 개개인의 신분확인을 어렵게 만들어 병원 내의 보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간호사의 니캅 착용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부는 중환자실이나 수술실 등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니캅 착용을 금지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간호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벌칙 규정을 넣은 새로운 간호사 복장 규정을 마련 중이다.


이집트는 지난 96년 머리를 싸고 얼굴은 노출하는 히잡 착용만 허용하는 간호사 복장 규정을 제정했지만 전신 베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벌칙을 두지 않았었다.

이슬람 가치를 보존하는 업무를 관장하는 종교부도 보건부의 이런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다.

마흐무드 자크주크 종교부 장관은 야당 신문인 알-와프드에 "간호사들이 얼굴을 가리는 니캅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간호사들의 니캅 착용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니캅을 즐겨 착용해 온 간호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여성에게 복장의 자유를 인정하고, 직장의 복장규정으로 인해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최고 행정법원의 2001년 판결을 근거로 해고당할 경우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카이로 남서쪽에 있는 파윰 지역의 일부 간호사들은 병원 측의 해고 위협에도 불구하고 니캅을 계속 착용해 갈등을 빚고 있다.

보건부 관계자는 "간호사들의 니캅 착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도 관계된 문제라 불법 시비를 야기할 수 있다"며 중환자실 등 제한적인 분야에서만 착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알-와프드는 "정부가 니캅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며 "간호사들은 앞으로 니캅을 벗든 지, 해고를 당하든 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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