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카페키
‘의학상’ 마리오 카페키, 어릴 때 6년간 거리 전전
‘영양실조로 죽을 뻔했던 거리의 소년에서 노벨상 수상자로.’
2007년 노벨 의학상의 영예를 안은 마리오 카페키(70·사진)의 인생 역정을 〈워싱턴포스트〉는 9일 이렇게 소개했다. 카페키에게 첫 시련은 겨우 3살 때 찾아왔다.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에 살던 그의 집에 쳐들어온 독일군은 반나치·반파시즘 선전물을 돌렸다는 이유로 시인이던 어머니를 끌고 갔다. 카페키의 어머니는 이런 날을 예상하고, 미리 아들을 보살펴달라며 이웃집 농부 부부에게 전재산을 맡겼다. 그렇지만, 이들은 그 돈을 마음대로 써버렸다.
어린 카페키는 거리로 쫓겨났다. 늘 굶주린 배를 부여안고 이 동네, 저 동네를 전전해야 했다. 때때로 고아원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대부분 또래 부랑아들과 무리를 지어 다니며 노점상의 먹거리를 훔쳐 먹는 생활을 계속했다. “살아남기 위해 늘 먹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던 시절”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 시절 그는 영양실조로 거의 죽을 뻔해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병원에 누워 빵 부스러기와 치커리 차로 연명하던 그의 인생에 다시 희망이 깃든 건 9살 생일 때였다. 1945년 나치에게서 풀려난 그의 어머니가 병원에 있던 그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헤어진 지 6년, 어머니가 아들을 찾아나선 지 1년 만에 이뤄진 감격의 상봉이었다.
다시 어머니를 만나고 나서는 그의 인생은 비교적 순탄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벅스카운티에 살고 있던 삼촌의 초청으로, 이민길에 올라 대학교를 졸업했고, 쥐 유전자의 촉진 방법을 연구해 명성도 얻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그의 연구에 줄곧 자금을 대던 미 국립보건원(NIH)은 ‘유전자 적중’(gene targeting) 연구가 성공 가능성이 적을뿐더러 추구할 가치가 없다며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하지만 그는 연구를 밀어붙였고, 결국 그 공로로 올해 노벨상을 받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