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박물관에 걸린 18세기 초상화 한 점이 노숙자의 망치질로 심하게 훼손됐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10일 마크 패튼(44)이란 노숙자가 최근 영국 국립초상화박물관에 전시된 시가 170만파운드(한화 약32억원)짜리 유화를 망치로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패튼은 폐관시간 직전 박물관 보안요원들이 관람객을 퇴장시키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을 틈타 가방에 숨겨들어온 망치로 전시품인 초상화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공격을 받은 전시품은 18세기 영국 미술계의 거장인 조슈아 레이놀즈가 동시대 시인 겸 평론가인 새뮤얼 존슨을 그린 초상화. 망치 세례를 받은 이 초상화는 캔버스가 뚫리는 등 심각하게 훼손됐고, 현재 복원작업을 기다리고 있다는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노숙자인 패튼의 범행 동기와 새뮤얼 존슨의 초상화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초상화박물관은 런던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미수사건 이후 관람객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 안전조치를 시행하다가 최근 이를 중단해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타임스는 관람객에 의한 미술품 훼손사건은 과거에도 종종 발생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1981년엔 역시 영국의 국립초상화박물관에 전시됐던 고(故)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의 초상화가 한 관람객에 의해 찢기는 사고가 일어났고, 지난달엔 프랑스에서 한 여성 관람객이 100만파운드(한화 약18억원)에 달하는 미국의 현대미술가 사이 툼블리의 작품에 키스를 해 립스틱을 묻히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출신의 예술가라는 이 여성관람객은 미술품에 키스 자욱을 남긴 이유에 대해 "예술에 대한 열정을 이기지 못했다"며 "작가가 남겨놓은 하얀 캔버스에 찍힌 붉은 립스틱은 예술의 힘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주장했었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캄보디아 출신의 예술가라는 이 여성관람객은 미술품에 키스 자욱을 남긴 이유에 대해 "예술에 대한 열정을 이기지 못했다"며 "작가가 남겨놓은 하얀 캔버스에 찍힌 붉은 립스틱은 예술의 힘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주장했었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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