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열린 인간 대 컴퓨터 포커게임에서 인간이 승리했다.
26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 정상급 포커선수인 필 라크와 알리 이슬라미는 이번 주 첨단인공지능협회 연례회의가 열린 캐나다 밴쿠버에서 지난 이틀간 '폴라리스'라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가진 포커게임에서 완승을 거뒀다.
수백명이 지켜본 가운데 2장의 포켓카드(손에 든 카드)와 5장의 커뮤니티 카드(테이블에 공개되는 공유 카드) 중에서 나올 수 있는 최상의 족보로 승패를 가르는 텍사스홀덤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게임에서 라크와 이슬라미는 500판씩 총 4라운드를 벌여 폴라리스가 갖고 있던 대부분의 칩을 손에 넣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이 평범한 랩톱 컴퓨터에서 작동할 수 있게 만든 포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폴라리스는 서로 다른 게임 성향을 가진 10개의 '보트'로 구성돼 있으며 앨버타 연구팀은 매 라운드마다 보트를 바꿔 가면서 게임에 임했다.
폴라리스는 앨버타 연구팀이 단일 보트 프로그램만을 적용시킨 2라운드까지는 다른 참가자들을 압도했으나 3개의 보트를 적용해 상황에 따라 가장 확률이 높은 보트를 적용시키는 좀 더 정교한 프로그램이 투입된 3라운드부터 급격하게 무너졌다.
마이클 보울링 앨버타대 컴퓨터과학팀장은 게임에 앞서 "포커는 오락인 동시에 과학적인 게임"이라며 만약 폴라리스가 심리게임인 포커에서 허풍과 감정표현, 속임수, 우연적 요소들과 수리능력 등을 동원해 인간을 이긴다면 이는 인공지능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결국 인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이긴 이슬라미와 라크는 5만달러의 상금은 별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인공지능에 흥미가 있어 이번 게임에 참가했다면서 폴라리스가 초반에 마치 드럼을 두드리듯이 몰아붙이는 등 다른 참가자보다 자신들을 더 괴롭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997년 IBM이 만든 슈퍼컴퓨터 기반의 체스 프로그램인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를 이기는 등 체스와 체커에서는 이미 컴퓨터가 사람을 이겼지만 심리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포커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체스나 체커보다 어려운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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