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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해외토픽

미 60대 할머니, 선거인명부에 애완견 이름 등록

등록 2007-07-02 07:34

검찰측 벌금형 제안 뿌리치고 법정 싸움 택해

미국의 60대 할머니가 선거인명부 관리의 허술함을 지적하기 위해 애완견을 명부에 올린데 이어 검찰의 가벼운 벌금형 제안을 뿌리치고 정식 재판을 진행키로 결정해 결과가 주목된다.

1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시애틀을 포함하는 워싱턴 킹카운티내 인구 8만3천명의 페더럴웨이에 사는 제인 발로그(66)씨는 2000년 대통령 선거와 2004년 워싱턴 주지사 선거 과정에서 드러났던 선거인 명부 관리의 문제점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4마리의 개와 5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며 혼자 살고 있던 발로그씨는 지난해초 애완견중 호주산 셰퍼드와 테리어종이 섞인 개 `던컨 M. 맥도널드'의 이름으로 전화를 개설한 뒤 전화 영수증을 근거로 킹카운티 선거인 명부에 등록했다.

선거인명부 등록이 부정확함은 물론 그런 조작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입증시키겠다는 발로그 할머니의 결심대로 명부 등록 이후 3차례 선거가 실시됐고 그때마다 발로그 할머니는 던컨 앞으로 배달된 부재자 투표 용지를 받았다.

발로그 할머니는 투표용지에 `무효(void)'라고 표시하고 겉봉에는 개 발바닥 모양을 그리면서 "선거인 명부 등록의 허점을 지적하기 위해 이런 행위를 했으니 문제점들을 바로잡아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동봉해 발송했다.

마침내 선관위 관계자들이 조사한 데 이어 카운티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측은 발로그 할머니에게 "10시간 자원봉사와 벌금 250 달러를 낼 것"을 제안했다. 처음에 발로그 할머니는 검찰측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애원하는 듯한 던컨의 시선과 마주하는 순간 마음을 바꿔 법정 싸움을 하기로 작심했다.


더구나 발로그 할머니가 개 이름으로 등록했다고 거듭 실토했음에도 여전히 명부에 던컨의 이름이 남아있는 것도 법정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결심을 도왔는데, 선관위측은 이름을 지우기 위해서는 정식 절차를 밟아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등 "명부에 이름을 올리기 보다 삭제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실토했다.

발로그 할머니에 대한 사전 심리는 오는 1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1년형까지 예상되는데, 이번 사건을 접하는 지역 여론도 지지와 반대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 지역의 인기있는 보수 성향의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에서는 발로그 할머니의 행동이 매우 기발하다며 환영했지만 워싱턴주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시애틀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분명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하는 등 발로그 할머니의 행위는 한동안 지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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