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디아토르(gladiator)'로 불리는 고대 로마 시대의 검투사(劍鬪士)들의 유해가 묻힌 무덤들이 터키 에베소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치열했던 이들의 삶과 죽음의 과정 등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게됐다고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BBC 타임워치는 고대 로마의 주요 도시였던 터키 에베소의 무덤과 주변에서 유해 수 천 구를 찾아내 유해 형태와 상처 자국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생전에 어떻게 살며 싸우다 죽어갔는지 유추 가능한 근거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유해와 함께 검투사들과 관련된 선명한 글씨가 남아 있는 3개의 묘석도 발굴했다.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 병리학과의 카를 그로스슈미트 교수와 파비안 칸츠 교수는 발굴된 해골 및 뼈 등에 남아 있는 상처 또는 치유 흔적 등을 토대로 당시 검투사들이 원형경기장에서 무사나 맹수와의 결투에서 살아 남을 가능성이 역사 기록(3분의 1)보다는 높으며 은퇴 후 평화롭게 여생을 보내다 자연사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칸츠 교수팀은 해골에 삼지창이나 직사각형 형태의 구멍이 날 정도로 검투사들이 결투중 처참하게 죽은 경우도 있었지만 이들의 삶과 죽음이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다른 점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 유해에서는 상처 치유 흔적이 나타났으며 이는 검투사들이 결투 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만큼 생활의 여유도 있었음을 시사해준다.
또 여러 군데의 상처 흔적이 한꺼번에 발견되지 않은 것에서 결투시 심판이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며 경기를 진행한 것으로 병리학자들은 유추했다. 검투사들은 또 몸을 사리지 않는 '진정한 투사'로 3년간 명예롭게 '임무'를 완수하면 자유를 얻어 검투사직에서 은퇴한 뒤 검투사 양성기관의 강사 등으로 여생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역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겁을 먹고 제대로 싸우지 않을 경우 '이우굴라(그를 던져 버려라)'라는 관중들의 '사형' 촉구 고함에 의해 현장에서 형이 집행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나 결투중 회복되기 어려운 상처를 입어 '온정 어린 최후의 일격(coup de grace)'에 숨진 검투사들의 유해에는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장됐음을 보여주는 징표들이 있다.
고대 로마의 권력자들은 시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전쟁포로나 노예, 범죄인 등을 교습소에서 훈련시켜 검투사역을 강요했다. 칼을 들고 사람이나 맹수와 싸워 시민들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했던 이들은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 장군(러셀 크로扮)처럼 민중들의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했으며 나중에는 자유인도 검투사의 길에 뛰어들었다.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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