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그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20세기를 살았던 화가들 가운데 파블로 피카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그림값을 받는 작가가 됐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인터넷판에서 워홀이 초기에 그린 마릴린 먼로 초상화는 컬러 TV 가격에도 못미치는 값에 팔렸지만 지금 세계 사교계 인사들은 수 천만 달러를 주고서라도 그의 그림을 사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의 마틴 서머스 미술관은 미국의 주먹 황제 무하마드 알리와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의 사인이 들어간 그의 그림들에 대해 각각 1천420만 파운드의 값을 매겼다.

작년 11월 홍콩 재벌 조지프 라우가 블루 마오쩌둥(毛澤東)을 낙찰받기 위해 1천740만달러(한화 약 162억원)를 지불했다.

또 내달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가 1963년 제작한 실크 프린트 작품 '그린 카 크래시'는 3천500만달러(약 320억원)를 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아랍 부호가 그의 그림들을 10억달러에 사들였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블룸스베리 옥션의 앵거스 맥과이어 현대미술 담당 이사는 이처럼 그의 그림 값이 계속 최고가를 갱신하는데 대해 사람들이 뒤늦게 그의 작품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틴 서머스 미술관의 제임스 로빈슨은 "그의 그림이 크게 유행을 타고 있다"면서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맥과이어 이사는 "워홀은 20세기 예술가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며 "그가 피카소보다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 생전 명예에 목말라했던 작가로서 '15분간의 명예'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특히 다른 보조 화가들을 고용해 자신의 그림을 대량으로 모사하게 했으며 '앤디 워홀 그림 감정원'은 그의 사인이 들어간 것이면 모두 그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린 카 크래시'는 워홀의 '죽음과 재앙' 초기 시리즈들 중 하나로 연기와 화염에 휩싸인 채 파손된 차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한 남자는 가까운 기둥에 매달려 있고 한 행인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냉담하게 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워홀은 1928년 8월 체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1950년대 뉴욕에서 상업디자이너로 일하다 1950년대 후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어 1962년 '코카콜라병' '캠벨 수프 캔' 및 '브릴로 비누 박스' 등 일상적인 소재를 그린 그림이 주목을 끌면서 유명해졌다. 1968년 총격을 받고 살아났으나 1987년 담당 수술 직후 숨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