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수염도마뱀은 기온이 높아지면 알에서 깨기 전 수컷이 암컷으로 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학자들이 보고했다.
호주 캔버라 대학의 앨릭잰더 퀸 교수 등 연구진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턱수염도마뱀(Pogona vitticeps)의 수컷 성 염색체 가운데 한 유전자가 높은 기온에서는 무력화돼 수컷 태아가 암컷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렇게 성이 바뀐 도마뱀은 암컷 생식기를 갖고 있는 등 외형은 암컷으로 태어나지만 유전적으로는 수컷이라고 밝혔다.
학자들은 지금까지 포유류와 파충류 새끼의 성을 결정하는 것은 성염색체의 유전자이거나 온도와 같은 외부적 요인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두 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연구진은 턱수염도마뱀의 알들을 20~37℃의 상온에서 부화시키는 실험을 했는데 가장 낮은 온도에서는 알이 부화되지 않았지만 최상의 조건인 22~32℃ 사이에서는 암컷과 수컷 새끼들이 같은 비율로 태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온도가 34~37℃에 이르자 수컷보다 훨씬 많은 암컷들이 태어나 온도가 성 결정 유전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중간 온도에서 태어난 알들은 근 100%가 외형과 같은 성을 가진 도마뱀으로 성장한 데 반해 고온에서 태어난 새끼들 중 대다수가 외형은 암컷이지만 유전적으로는 수컷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발육 단계의 높은 온도가 태아 정소의 발달을 막았고 이에 따라 이들은 난소를 가진 암컷으로 자라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도마뱀의 경우 수컷은 ZZ 염색체, 암컷은 ZW 염색체를 갖게 되는데 사람의 경우 여성 염색체가 성을 결정하는 것과 달리 도마뱀은 수컷의 염색체가 수컷으로 발달시키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 염색체에 의해 발현되는 단백질은 온도에 매우 민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턱수염도마뱀의 성 결정에 온도와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악어와 바다거북처럼 온도 만으로 성이 결정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연구진은 온도로 성이 결정되는 파충류들은 수많은 기후 변화를 이런 방식으로 견뎌 왔지만 지금처럼 급속한 온난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는 복잡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연구는 턱수염도마뱀의 성 결정에 온도와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악어와 바다거북처럼 온도 만으로 성이 결정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연구진은 온도로 성이 결정되는 파충류들은 수많은 기후 변화를 이런 방식으로 견뎌 왔지만 지금처럼 급속한 온난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는 복잡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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