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싱가포르의 총리 연봉이 내년에 미국 대통령의 5배, 일본 총리에 비해 6배로 오를 예정이어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고 현지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봉급을 받고 있는 싱가포르 각료들도 내년부터 연봉이 190만 싱가포르 달러(미화 126만 달러)에 달해 지금보다 60%가 오르게 된다.

테오 치 한 싱가포르 국방 겸 총무 장관은 전날 의회에서 공무원 봉급의 정부 인상안을 제시하면서 "유능한 인력을 공공부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민간부문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의 봉급 인상안은 의회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말부터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인상폭이 정부 제시안보다 약간 삭감될 전망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리센룽(李顯龍) 총리는 현재 200만 싱가포르 달러(132만 달러)에서 내년에는 310만 싱가포르 달러(210만 달러)를 받게 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5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6배에 달해 연봉 격차를 훨씬 더 벌리게 된다.

싱가포르 각료의 연봉은 1994년 이후 은행가, 변호사, 엔지니어, 다국적 및 제조업 경영자 등 고액 소득자 48명을 기준으로 삼아 이들 연봉 평균치의 3분의 2로 책정해왔다.

각료는 봉급 이외에 총리의 수행평가와 경제성장률에 따라 보너스를 받게 된다. 싱가포르 연간 경제성장률이 8% 이상 오를 경우 각료들은 연봉의 4개월분을 보너스로 받게 된다.

리 총리는 지난달 자국의 장관, 고위관리, 판사들의 봉급이 민간부문의 기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며 봉급을 두배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비난 여론에 불을 당겼다.

특히 이번 공무원 봉급 인상안은 가뜩이나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드센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각료 봉급 인상을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일부 시민은 국영신문에 항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온라인 탄원서는 "이미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받고 있는 고위 관리들의 봉급을 또다시 대폭 인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비판자들은 각료 봉급의 기준으로 삼는 직종이 국가 경제나 정부의 국정수행 능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공무원의 고액 연봉이 유능한 인력을 끌어들이고 부패를 방지하는 데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리콴유(李光耀) 현 총리의 부친이자 전(前) 총리는 "자원 빈국인 싱가포르는 '특별 정부'가 필요하다"며 공무원 봉급 인상을 지지했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 (방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