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한 조용한 주택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웃 간의 전쟁이 올해로 3년째로 접어들었으나 아직도 종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잘 못 만난 두 이웃 때문에 전장이 돼 버린 웰링턴 북부 토바고 크레센트 지역에서 경찰이 지난 2년 동안 신고를 받고 처리한 사건만도 70건이 넘는다.
애완동물 실종 사건에서부터 시작해 병 투척, 협박, 폭행, 살해 위협 등 종류도 다양하고 강도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이들은 이제 적대적인 구호를 담은 티셔츠까지 만들어 이웃 주민들에게 돌리며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임대 주택에서 살고 있는 이들 이웃 간의 싸움으로 지금까지만 해도 긴급 주민 회의가 여러 차례 소집됐고, 1명의 남자는 퇴거 명령을 받고 동네를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이들 간의 싸움을 '전쟁 중인 이웃'이라는 제목으로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교전 당사자 중 한 쪽은 물리푸 가족으로 부부와 6명의 아들이 14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있고, 다른 한 쪽은 3년 전에 이사 온 호프 테일러 부인이다.
물리푸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거실 벽에 가족사진들이 아기자기하게 걸려 있고 가구는 좀 낡았지만 깨끗하게 청소돼 있는데다 대형 스크린의 텔레비전이 틀어져 있어 전쟁의 긴장감 같은 것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또 여성의 몸으로 혼자 전쟁을 치르고 있는 테일러 부인이 살고 있는 집도 갖가지 화분들이 가득 찬 아름다운 정원과 하얀색 천사상, 새장에서 지저귀는 카나리아 등 전쟁과는 동 떨어진 분위기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뭔가 다른 게 있다.
우편함이 나무에 쇠줄로 단단히 묶여 있거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카나리아 새장이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테일러 부인은 1만 달러를 들여 전자 철제 대문과 모두 8대의 감시 카메라를 집안에 설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데 슬픈 일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두 이웃은 어느 쪽도 절대 다른 데로 이사 갈 수 없다고 버티며 불화의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있다.
물리푸 부인은 새로운 이사 온 테일러 부인이 자신들의 물건에 손상을 입히면서 불화가 시작됐다고 말한 반면 테일러 부인은 개 때문에 싸움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테일러 부인은 그 동안 이웃으로부터 협박이나 재산 손괴, 폭행은 물론이고 느닷없이 집으로 병이 날아오기도 했다면서 계속되는 싸움으로 건강마저 나빠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테일러 부인은 "내게 결점이 많을지 몰라도 이웃에게는 언제나 좋게 대하려 하고 있다"며 물리푸 가족을 원망했다.
그러나 물리푸 부인은 테일러 부인을 '지옥에서 온 이웃'이라면서 그가 고양이도 죽였고 자신들의 재산에 피해도 줬고, 당국에 신고해 이웃들에게 주차 위반 딱지도 떼게 만들기도 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지 경찰은 양쪽이 모두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무척 어렵다며 난감해했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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