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올림픽 레슬링 챔피언 룰런 가드너(35.미국)가 비행기 사고를 당하고도 극적으로 살아 남았다고 27일 AP통신이 보도했다.
가드너는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120㎏급에서 `시베리아의 불곰' 알렉산더 카렐린(러시아)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2002년 스노모빌을 타다가 강물에 빠져 생명은 건졌지만 동상에 걸린 발가락 하나를 자르고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 투혼을 불살랐던 선수였다.
이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를 한번 당했던 가드너에게 또 다른 불행이 찾아온 것은 지난 26일.
가드너와 조종사 형제를 태운 4인승 경비행기 '시러스 SR22'가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면서 한밤중에 미국 유타-애리조나주 접경 레이크 파월과 글렌 캐니언 국립휴양지의 한 호수에 추락했다.
가드너와 일행은 다행히 의식을 잃지 않았고 사투 끝에 수온 6.6℃ 물 속에서 1시간 이상을 헤엄쳐 가까스로 땅에 올랐다. 하지만 한밤에다 티셔츠와 청바지만을 입고 있었던 가드너는 추위에 떨어야 했고 바위에 몸을 의지한 채 해가 뜰 때를 기다려 극적으로 구조됐다.
가드너는 "수영도 잘 하지 못하는데다 너무 겁이 나 물이 차가운지도 몰랐다. 비행기 사고에서도 살아 나다니 나는 행운아"라고 말했다.
한 구조대원은 "그 정도 수온에서는 30분만 지나면 저체온증에 걸린다. 비행기 추락사고를 당하고 차가운 물 속에서 살아난 것을 보니 가드너와 생존자들은 9개의 목숨을 가진 고양이같다"며 놀라워 했다.
최태용 기자 cty@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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