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서 여성에 성희롱 발언…아내 ‘비난’에 공식 사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0) 전 이탈리아 총리가 만찬자리에서 여성들과 ‘노닥거리다’, 이에 분개한 아내의 요구로 공개사과했다. 베를루스코니의 망신은 지난주 열린 한 텔레비전 시상식장에서 비롯됐다고 <비비시>(BBC) 등이 31일 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여성들에게 “내가 만일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당신과 결혼했을거요”,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지 갈 것”이라며 추근댔다. 이에 영화배우 출신인 부인 베로니카(50)는 일간 <라레푸블리카>의 1면에 공개편지를 실어 일격을 가했다. 그는 편지에서 남편의 희롱성 발언이 “내 체면을 손상시킨 것으로, 농담으로 봐줄 수 없다”며, 개인적 차원에서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 공개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남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권위를 지키려는 여성의 본보기는 이미 장성한 두 딸에게도 대단한 중요성을 지니고, 아들에게도 여성을 존중하는 근본적 가치를 잊어버릴 수 없도록 일깨워줄 것이라고 썼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런 아내의 강공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제1야당 ‘포르자 이탈리아’를 통해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미안하다. 부디 나를 용서해 달라”며 “나의 개인적인 자존심을 대중 앞에 내놓고 당신의 분노에 두 손 드는 것을 사랑의 표시로 받아들여 달라”고 청했다. 또 “비록 실언이 입밖으로 새어나왔지만 나는 당신의 권위를 가슴속의 보석처럼 지키고 있다”는 ‘닭살’ 발언도 곁들였다.
베로니카는 베를루스코니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두고 있는 두 번째 부인이다. 베를루스코니는 밀라노의 한 극장 무대에 춤꾼으로 섰던 스무살 연하의 베로니카를 만나 20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아내의 ‘반격’에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로니카가 부부싸움을 피하려 한다고 말해 왔을 뿐더러, 실제 부부 사이에 대한 공개 언급을 자제해 왔기 때문이다. 편지가 실린 신문이 하필 베를루스코니에게 비판적이었던 좌파지라는 점도 거슬리게 했다는 후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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