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여성이 2개의 자궁에서 세쌍둥이를 한꺼번에 출산했으며, 이는 전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로 믿어진다고 일간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21일 의료진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한나 커시(23)라는 이 산모는 22개월 전 첫아이 말리를 낳을 때까지 자궁이 2개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임신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2개의 자궁에서 3명의 태아가 자라고 있다는 의사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자궁 1개에는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자궁에는 또 다른 1명의 태아가 각각 자리잡고 있었던 것.
커시는 이어 지난 9월 출산 예정일보다 7주 앞서 브리스톨 소재 사우스메드 병원에서 루비와 틸리, 그레이시 등 세쌍둥이 자매를 낳았다. 출산 당시 세 자매는 체중 미달이어서 3개월 간 병원 신세를 진 뒤 20일 건강한 몸으로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두 개의 자궁에서 각각 1명씩의 아이를 임신한 사례는 그동안 70여건이 보고됐으나, 이번처럼 2개 자궁에서 세 쌍둥이가 태어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세 자매 출산을 도운 산부인과 전문의 사이먼 그랜트는 "각기 다른 자궁에서 세쌍둥이가 임신한 사례는 그동안 찾을 수 없었다"면서 "요즘 세계 최초의 사례를 찾기는 매우 어렵지만 이것은 분명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세 자매는 배란기에 배출된 2개의 난자로 임신한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그러나 난자 1개가 분화되며 루디와 틸리 등 일란성 쌍둥이로 자랐으며, 또 다른 난자 1개는 독립적으로 발달해 그레이시가 됐다.
영국 여성 중 자궁이 2개인 경우는 1천명 당 1명 꼴인 것으로 추산된다. 산모인 커시의 어머니 니콜라(41)와 여동생 레베카(17)도 2개의 자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커시는 남편과 자신은 세쌍둥이 임신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으며 ▲모든 태아를 지우든지 ▲쌍둥이 태아를 포기하든지 ▲세쌍둥이 모두를 낳든지 3가지 방안 중 하나를 신속히 선택해야 했다면서 "(그러나) 나는 세 아이 중 누구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즉시 깨달았으며, 그래서 우리는 세 명 모두를 낳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j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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