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24일간 조난자 ‘동면상태’ 덕 생존
일본 고베시 롯코산에서 10월 조난당한 뒤 24일 만에 구조된 한 지방 공무원(35)이 건강을 회복해 19일 퇴원했다. 이날 열린 그의 기자회견에서 기적의 생존 비밀이 공개됐다.
애초 그가 구조될 때 고기 구이용 소스통이 함께 발견돼, 그가 이 소스의 힘으로 목숨을 부지했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그는 “소스에는 잠깐 입을 댔지만 먹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난 사흘째 정신을 잃은 뒤 구조될 때까지 물조차 먹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그는 구조 당시 체온이 22℃이었고, 심폐를 비롯한 대부분의 장기 기능이 정지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사람의 체온이 25℃ 아래로 내려가면 사망률이 매우 높아진다”며 그의 생존이 가능했던 이유를 ‘극단적 저체온으로 인한 동면 상태’에서 찾았다.
의료진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에서 볼 수 있는 동면 상태에 가까웠기 때문에 장기 기능이 정지됐음에도 뇌 기능이 살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경이적 생명력”이라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아무런 후유증 없이 건강을 회복해 20일 직장에 복귀했다.
그는 10월7일 산 정상 부근에서 동료들과 바비큐를 구워먹은 뒤 혼자서 하산하다 길을 잃었다. 발을 헛디뎌 약 10m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져 골반뼈가 부러졌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긴 잠에 빠져들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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