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꿈 많은 소녀가 손으로 정성들여 쓴 쪽지를 병 속에 담아 바다에 띄워 보낸 지 30여년 만에 회신을 받았다. 게다가 쪽지를 보고 답장한 사람은 놀랍게도 객지에 나가서 살고 있는 고향사람이라고 13일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퀸즐랜드주 입스위치에 살고 있는 주부 마리 마이어트(48) 씨는 18세 소녀이던 지난 1976년 부활절 때 그레이트 케펠 섬에 열린 교회 캠프에 참가해 친구들과 놀다 아름다운 꿈을 정성스럽게 적어 넣은 쪽지를 빈 와인 병에 담아 바다에 띄워 보냈다.
캠프가 끝나 집으로 돌아온 마이어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회계사 사무실 타이피스트라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병 속의 쪽지 따위는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더 아스라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그런데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소녀 시절의 꿈이 문득 눈앞에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지난 9월이었다.
입스위치에서 불과 수 km밖에 떨어지지 않는 예푼에 살고 있는 마크 허친스(45) 씨가 어느 날 아침 해변을 거닐다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병 속의 쪽지를 발견해냈다.
마이어트 씨가 살고 있는 입스위치에서 태어난 허친스 씨는 아침에 가족들과 해변을 걷다가 모래 속에 파묻힌 채 한쪽 끝이 비죽이 밖으로 나온 병을 발견하게 됐다면서 최근 큰 파도가 일어 모래를 많이 씻어 내려갔기 때문에 병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내가 병 속에 든 쪽지를 읽은 뒤 쪽지에 적혀 있는 마이어트 씨의 어린 시절 주소를 보고 수소문한 끝에 마침내 그녀를 찾아냈다"며 "우리들은 이제 마이어트 씨와 가까운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마이어트 씨는 "10대 소녀시절의 추억과 다시 만나게 되다니 정말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라면서 "병 속에 담긴 쪽지가 그토록 오랜 세월을 이겨내고 다시 우리들 앞에 나타난다면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koh@yna.co.kr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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