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개발도상국의 에이즈 예방과 가족계획을 위해 콘돔을 지원하면서 값비싼 미제 콘돔 주문량을 줄이고 한국산과 중국산 콘돔을 도입키로 하면서 미국의 콘돔 제조업체가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할 상황에 처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USAID는 콘돔을 개도국에 보다 많이 보급하기 위해 지난 1980년대 부터 한국 콘돔을 구입하려 했으나, 콘돔 제조업체가 몰려있는 앨라배마 주 의원들이 이 지역 노동자들의 실직 사태를 우려, 관련 연방 예산에 부칙을 만들어 넣거나 압력을 넣어 먼저 미국산으로 조달케 한 후 외산 콘돔을 구입하도록 해 미국의 콘돔 산업을 보호해왔다는 것.
레이건 행정부 당시 앨라배마주 하웰 헤프린 상원의원의 비서실장이었던 마이크 하우스는 "AID는 미제 콘돔 하나면 3개의 한국 콘돔을 살 수 있어 한국으로 부터 콘돔을 구매할 계획이었다"면서 이에 대해 자신을 비롯한 의회 보좌관들이 미국산 콘돔 구입을 의무화하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협박하자 AID가 물러섰었다고 술회했다.
미국이 지난 20년간 개도국에 보급한 콘돔은 90억 달러가 넘으며 특히 부시 행정부가 세계 에이즈 퇴치 계획에 따라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면서, 보급량은 연간 4억 개를 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앨라배마 주에 콘돔 공장을 갖고 있던 호주의 앤셀을 비롯한 많은 업체들이 아시아로 공장을 옮기는 가운데 공장 자동화 등 경쟁에서 뒤떨어진 미국 콘돔업체들의 콘돔 생산이 연방 정부의 주문량에 비해 수억개씩 달리는 사태가 빚어졌다.
AID는 이에따라 지난해 한국 등으로 부터 콘돔을 주문했으며, 앨라배마 주의 3대 콘돔 메이커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도산했다.
AID는 내년 공급분으로 최대 메이커인 앨라테크에 금년의 절반도 안 되는 2억100만개의 콘돔을 주문했으며, 나머지 1억개는 한국과 중국산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경쟁에서 밀린 앨라테크는 내달 15일 직원 260여명중 절반 이상을 해고할 계획이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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