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여럿 피해” 기소 위기…대통령은 “정치 음모”
모셰 카차브(61) 이스라엘 대통령이 직원 여럿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기소와 사임 위기에 몰렸다.
10여명의 여성을 조사한 이스라엘 경찰은 15일 카차브 대통령을 기소할 충분할 증거를 확보했다고 검찰총장한테 보고하고 이를 발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경찰은 “대통령은 성폭행, 강제적 성적 행동, 동의 없는 성적 행동, 성적 협박 등을 했다”며 “몇 건에 대해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가 현직과 농업장관으로 있을 때 권한을 남용해 성폭력을 저질렀는데, 5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카차브 대통령은 부하의 통화내용을 도청하고 권한을 뛰어넘는 사면권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그가 수사를 방해하고 목격자를 위협했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지퍼 게이트’보다 훨씬 심각한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한 고위직 여성의 고발로 시작됐다. 피해자 일부는 성관계 거부에 해고 협박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대통령 관저를 압수수색하고 그를 다섯 차례 심문했다.
카차브 대통령은 ‘정적들의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변호인은 “경찰이 고위 인사를 기소하자는 의견을 낸 게 처음은 아니다”며 기소 의견이 기각된 전례를 들었다. 카차브 대통령의 기소 여부는 수주일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카차브 대통령은 현직에 있는 한 면책특권 때문에 법정에 서지는 않겠지만, 사임하거나 탄핵당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이란에서 태어나 1951년 이스라엘로 이주한 카차브 대통령은 집권당인 리쿠드당에서 승승장구하며 1980년대 말부터 교통·관광·농업 장관, 부총리를 지냈다. 34일간의 레바논전쟁을 소득 없이 끝냈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 리쿠드당은 이번 사건으로 더욱 궁지에 몰렸다. 지난 8월에는 여군과 강제로 입맞춤한 혐의를 받은 법무장관이 물러났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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