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할리우드 유명 영화사인 엠지엠(MGM) 인수에 근접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아마존은 콘텐츠 부문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아마존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소식통 말을 인용해 아마존이 엠지엠을 부채까지 포함해 약 90억달러(10조103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 타결에 근접했다고 24일 보도했다.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등 각종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한 엠지엠은 지난 2010년 파산보호 신청을 한 뒤 기업 회생 절차를 밟아왔으며 매각을 추진해왔다. 엠지엠은 장기 부채만 20억달러 가량을 지고 있다.
100여년 역사의 엠지엠은 현재는 빚에 허덕이고 있지만 무성영화 시절부터 만들어온 주요 영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도 한때 엠지엠 인수를 고려했으며 당시 엠지엠의 가치를 6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했다. 아마존이 엠지엠을 90억달러 가량에 인수하면 지난 2017년 미국 최대의 유기농 식품 체인 홀푸드마켓을 137억 달러(약 15조3천억 원)에 사들인 이후 자사 최고액 인수 거래가 된다.
아마존이 거액을 들여 엠지엠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스트리밍 서비스 콘텐츠 강화를 위해서다. 아마존은 자사 유료 회원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에서 영화와 드라마, 스포츠 경기 등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성장하는 산업으로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 영향도 겹쳐 황금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미국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2019년 새로 진입한 디즈니+ 등 때문에 기존 사업자인 넷플릭스 가입자가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오히려 증가해 시장 파이 전체가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3월 아마존은 미식축구 목요일 경기인 ‘서즈데이 나이트 풋볼’의 2022년부터 10년 독점 중계권 계약을 미국 미식축구 협회인 ‘내셔널 풋볼 리그(NFL)’와 맺었다. 자세한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연간 12억달러 가량을 아마존이 내는 조건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스포츠 경기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주요 콘텐츠다.
아마존 엠지엠 인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강화만을 노린 것은 아니다. 아마존 프라임 경쟁력 강화를 통해 아마존에 더 많은 가입자를 끌어들이고 기존 가입자들의 로그인 시간을 늘리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아마존 생태계 자체 강화가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아마존의 엠지엠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아마존과 엠지엠이 계약서에 서명해도 미국 의회가 시장 독점 우려로 반대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하원은 아마존이 아마존 사이트 내 판매자들에 대해 독점적 지위에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켄 벅 미국 하원의원은 아마존의 엠지엠 인수 추진에 대해 “이 합병안은 우리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완전히 우위를 차지하려는 빅테크 (기업)의 또 다른 사례”라며 “의회가 곧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빅테크가 통제하지 않는 시장은 없을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