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에이블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지난 1일(현지시각) 화상으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91살 생일을 앞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후계자를 공개했다.
버핏 회장은 3일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에 출연해 “오늘 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내일 아침 경영권을 인수할 사람은 그레그(그레고리 에이블 부회장)가 될 것이라고 이사들이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이 당장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날 생각을 밝힌 것은 아니다.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으로는 ‘버핏의 오른팔’ 찰리 멍거(97), 비보험 부문을 총괄하는 그레그 에이블(59), 보험 부문을 맡은 아지트 자인(69)이 있다. 버핏은 2012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차기 최고경영자는 내부적으로 선출하고 있다면서도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2018년 에이블과 자인이 부회장으로 지명되면서, 둘은 유력한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1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멍거 부회장이 버크셔해서웨이의 기업 문화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그레그가 문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해 에이블 부회장이 후계자가 되리라는 관측이 커졌다. 버핏 회장이 이틀 만에 이를 확인한 셈이다.
에이블 부회장은 캐나다 출신으로 전력회사인 칼에너지 출신이다. 1999년 이 회사가 버크셔해서웨이에 인수되면서 버핏과 인연을 맺었다. 2008년부터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 분야 지주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부쩍 존재감을 키워왔다. 지난해와 올해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버핏과 함께 등장해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른 에너지 사업 분야 목표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839년 설립된 미국 섬유업체였으나 현재는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지주회사가 됐다. 산하에 보험업과 제조업, 소매업 등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버핏은 1962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경영권을 획득했는데, 미 섬유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자 회사 경영 방향을 바꿨다. 버크셔해서웨이 보고서에 따르면 1964년부터 2020년까지 버크셔해서웨이 누적 수익률은 281만% 이상으로, 에스앤피(S&P)500 지수의 약 2만3000%를 앞선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인 룬치스자산운용의 회장 폴 룬치스는 “그(에이블)는 버크셔해서웨이를 이끌 완벽한 인물”이라면서도 “누가 이 일(후계자)을 원할지 모르겠다. 워런을 대체할 인물은 없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버핏의 명성 때문에 나온 발언이다. 신문은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직은 버핏의 아들인 하워드 버핏이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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