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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긴축 ‘매파’조차 “적자 걱정할 때 아냐”…‘재정화력’ 대오 동참

등록 2020-03-31 16:21수정 2020-04-01 10:28

각국 GDP의 5~10% ‘재정화력’ 긴급편성
재정적자, GDP 15% 안팎 사상 최대 전망
G20 투입재정, 미 2.2조달러 등 5조달러
각국 기초재정수지 적자 GDP 대비 15% 추산
국가채무, GDP 대비 100% “사상 최대” 전망
미 의회 ‘재정긴축 매파’ 팻 투미 “전시 준하는
코로나 공습에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
지난 27일(현지시각) 바티칸시티의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로마에 역병이 창궐하던 1552년 당시 로마 주변에 살던 시민들이 전염병을 멈추는 기적을 바라며 운반해온 것으로 알려진 십자가(왼쪽)를 축으로 그 건너편에 프란치스코 교황(흰옷 차림)이 천막 아래서 ‘우르비 에트 오르비’(라틴어로 ‘로마 도시와 전 세계에’라는 뜻으로, 교황의 공식 축복과 강론)를 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지난 27일(현지시각) 바티칸시티의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로마에 역병이 창궐하던 1552년 당시 로마 주변에 살던 시민들이 전염병을 멈추는 기적을 바라며 운반해온 것으로 알려진 십자가(왼쪽)를 축으로 그 건너편에 프란치스코 교황(흰옷 차림)이 천막 아래서 ‘우르비 에트 오르비’(라틴어로 ‘로마 도시와 전 세계에’라는 뜻으로, 교황의 공식 축복과 강론)를 하고 있다. 바티칸/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 지역·국가경제를 마비시킬 정도로 휩쓸자 지난 수십년간 ‘긴축·균형 재정’을 외쳐온 주류 집단 ‘재정 보수주의 매파’의 목소리조차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주요 20개국(G20)에서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각국마다 국내총생산(GDP)의 5~10%를 새로 지출편성하고, ‘코로나 재정’을 포함한 재정적자(기초재정수지 기준)가 지디피의 15% 안팎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 ‘재정화력’ 투입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지출 확장은 경제 난국을 타개하지 못하고 오히려 병세만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해온 전통적 재정 보수주의자들까지 “적자를 걱정할 때가 결코 아니다”라며 글로벌 재정투입 행동대오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은 통화 완화의 시대였다면 이제 코로나로 문을 연 글로벌 2020년대는 재정 팽창의 시대로 규정될 것이다.”(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 바너비 마틴) 31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집계를 보면, 주요 20개국이 경제 자극을 위해 긴급 편성한 재정 패키지 규모는 미국 2조2천억달러를 비롯해 총 합산 5조달러 이상에 이른다. G20은 세계총생산(87조2650억달러·2019년 추정치)의 약 85%를 차지한다. 하지만 코로나19발 미증유의 경제충격은 곧 ‘재정 바주카포’ 동원과 그 이면의 ‘거대한 재정적자 늪’ 문제를 동시에 노출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날 “코로나19 재정 이후 미국·유로존·일본·영국·중국을 합친 기초재정수지(국채 등의 원금·이자지급은 제외한 ‘정부 수입-정부 지출’) 적자 규모가 2조8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올해 기초재정수지 적자는 지디피 대비 13%(금융위기 때인 2009년 7%)로 늘어나고 국가채무는 지디피 대비 100%로 미국 역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도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지디피의 17%(지난해 0.8%)까지 치솟고, 지디피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1년에 100%(지난해 86%)에 이를 것이라고 투자은행 제프리가 추산했다. 일시해고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에게 임금의 80%를 국가가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한 총 1770억파운드(지디피의 8%) 지출안을 내놓은 영국은 내년 재정적자 규모가 지디피의 10%(종전의 3배 이상)를 넘을 것으로 전망(영국 재정연구소)된다. 이미 지디피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0%를 넘은 일본도 지디피의 10%에 이르는 5150억달러 추가 재정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재정적자 누증이 또 다른 장래 위험으로 어른거리고 있지만 긴축론자들조차 “어떤 대가를 무릅쓴다 해도 지금의 재정 동원은 올바른 행동”이라고 말한다. 정부 부채가 지디피의 90%를 넘어서면 경제가 급속히 둔화된다고 2010년부터 주장해온 대표적인 ‘재정긴축 논객’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경제학·2009년 출간 <이번엔 다르다> 저자)는 최근 전세계 석학들의 글을 게재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칼럼에서 “비가 내릴 때는 돈을 써야 한다. 코로나19 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들은 경제와 보건시스템을 떠받치기 위해 거대한 규모의 적자 재정지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의회의 ‘긴축 매파’로 꼽히는 팻 투미 의원(공화당)조차 미 상원에서 2조2천억달러 경기부양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던 지난 25일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정부 개입”이라면서도 “전시에 준하는 코로나 공습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 있는 재정 보수주의 성향의 감시단체 ‘성장을 위한 클럽’의 데이비드 매킨토시 회장도 “미국 재정적자가 올해 4조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 2009년 사상 최고치(1.4조달러)를 훨씬 뛰어넘는다”면서, “하지만 단기 대응이 급선무다. 이번 재정지출에 일단 만족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예산 책무위원회 마야 맥귀네아스 위원장 역시 “막대한 재정적자로 장래는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적자를 걱정할 때가 결단코 아니다”고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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