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각) 독일 작센주의 폴란드 국경과 가까운 바우첸 외곽 고속도로(A4)에 수많은 화물트럭이 길게 늘어서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폴란드 국경이 통제되면서 도로까지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우첸/AP 연합뉴스
코로나19 폭풍에 세계경제가 금융과 실물 양쪽 부문에서 연일 ‘자유낙하’ 대추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가 이제 ‘실업 공포’ 시나리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이 “실업률 20%” 언급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국제노동기구(ILO)는 “전세계 일자리 2500만개 감소”를 경고했다. 이미 미국·영국 등에서 해고·실직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19일 “각국 소셜미디어에는 지금 막 일시해고를 당했다는 사람들의 게시글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유피아이>(UPI) 통신은 이날, 미국 콜로라도주 노동청 웹사이트에 최근 일시해고를 당한 6천명 이상의 실업자들이 실업급여 신청 온라인 양식을 작성하려고 한꺼번에 몰려들었다며 “뉴욕·뉴저지·오리건·켄터키·워싱턴 등 다른 주의 노동청 웹사이트도 이번주에 실업급여 신청자가 몰려들면서 트래픽(전송량) 마비 상황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도 이날 “자동차 등 거대 산업을 포함해 전세계 기업들이 생산활동 ‘스톱 버튼’을 일제히 누르고 있다”며 “생산·수요의 대폭적인 동반 감소에 기업마다 (일시)해고, 비용 감축 등 극적인 조정에 들어가 ‘해고 폭풍’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엠(GM)·피아트크라이슬러·포드 등 미국 자동차 ‘빅3’는 이날 북미 전역에 걸쳐 이달 말까지 공장 생산라인 가동 일시중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표는 현장 노동자의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놓고 노사가 협의한 뒤에 나왔다.
해고·실업 사태는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항공사 등을 중심으로 모든 대륙에 걸쳐 번지고 있다. 델타항공은 직원 1만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콴타스항공은 이날 직원 3만명에게 무급휴가를 권고했다. 영국항공의 앨릭스 크루즈 최고경영자(CEO)는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현재의 고용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 단기 해고가 될 수 있지만, 아마 더 오래갈 것 같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영국 모바일폰 소매업체인 딕슨스 카폰은 “격동기를 맞아 2900명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웨스트팩은행의 빌 에번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호주 실업률이 지난달 5.3%에서 올해 10월까지 7%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기구나 금융기관의 전망은 우울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날 보고서에서 “전세계에 걸쳐 올해 2470만명의 추가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실업 여파로 전세계에서 소득 3조4천억달러(약 4345조2천억원)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전세계 실업자는 2200만명 늘어났으며, 작년 말 전세계 실업자는 1억8800만명이다. 기구는 다만 “(팽창적 재정 등) 각국 정책 대응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를 상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고용 진작 대응에 나선다면 코로나19발 추가 실업자는 530만명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18일(현지시각) 미 의회에서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할 경우 미국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제이피(JP)모건은행도 이날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1분기 -4%, 2분기에 -14%까지 추락할 수 있고, 실업률이 6.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케빈 해싯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최근 <시엔엔>(CNN)과 한 인터뷰에서 “이달(3월)에만 미국 전역에서 새로 발생하는 실직자가 1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실업자는 약 570만명(약 3.5%)이다.
각국의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긴급 확장재정 패키지(154억달러)를 발표하면서 “일자리 감축을 막아내라”고 기업들에 촉구했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모든 기업의 대출금 상환을 올해 말까지 중단시키는 광범위한 지불유예 조처를 선언한 뒤 “일자리 보호가 근본 목표”라고 말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도 “덴마크처럼 우리도 코로나19 피해 노동자들에게 봉급의 75%를 정부가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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