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포트로더데일 할리우드 국제공항의 한 탑승구역이 애틀랜타로 가는 항공편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큰 혼잡을 빚고 있다. 포트로더데일/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1%포인트(100bp)나 더 낮추는 ‘빅컷’을 또다시 긴급 단행해 ‘제로금리’(0.00%~0.25%) 수준까지 떨어뜨렸으나 뉴욕 주식선물지수는 즉각 가격제한폭(-5.0%)까지 다시 추락하는 등 ‘시장 발작’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연준도 이제 실탄을 다 써 대응할 여력과 수단이 소진되고 있다’는 진단이 시장에 퍼지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될 때까지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마저 나온다.
연준은 이날 정책금리 인하와 더불어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7천억달러 규모의 국채(5천억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2천억달러)을 사들이는 양적완화 계획도 발표했다. 당장 16일부터 400억달러어치씩 매입을 시작할 예정이다. 연준이 “양적완화든 뭐든 명칭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으나 시장에서는 사실상 양적완화 재개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달러 공급을 위한 글로벌 공조도 개시됐다. 이날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은행, 영국중앙은행, 일본은행, 스위스중앙은행 등 6개 중앙은행은 기존에 맺은 ‘달러 스와프 협정’(두 나라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을 통해 전세계에 달러 유동성을 높이기로 했다. 달러를 빌려오는 데 지급해야 하는 스와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스와프 기간도 기존의 7일 만기에서 84일 만기까지 확대 제공하기로 했다. 각국 은행과 기업들에, 코로나19 사태 속에 ‘초안전자산’으로 여겨져 강세를 지속하는 달러의 조달 비용을 낮춰주기 위한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도 애초 18~19일 예정돼 있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이날 앞당겨 열고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액을 연간 6조엔에서 12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닛케이 주가지수 하락을 저지해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지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매입도 더 늘리고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기업에 금융회사가 0% 금리로 대출해주도록 긴급 자금도 편성하기로 했다.
연준의 금리 추가 인하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시장에서 전율할 엄청난, 매우 좋은 뉴스”라고 말했지만, 미국 증시 선물시장은 곧바로 곤두박질쳤다. 연준의 제로금리 발표 뒤 뉴욕 선물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선물지수는 -4.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지수는 가격변동제한폭인 -5%까지 떨어지며 요동쳤다. 이에 따라 매매가 일시 정지되는 서킷브레이크가 또 발동됐다. 지난 한달간 서너차례의 ‘대폭락’ 패닉을 경험한 시장이 제로금리에도 극심한 불안을 이어간 것이다. 씨티은행은 이날 “시장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코로나19 충격을 해소하기에는 한계”(소시에테제네랄은행)라거나 “미국 경제는 사실상 ‘침체’(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골드만삭스)는 분석이 나왔다.
블리클리 파이낸셜그룹의 피터 부크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엔비시>(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확실히 돈다발 로켓포를 쐈다.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돈다발이 과연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오직 시간과 바이러스 치료제만이 해결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몬트리올은행 투자전략가 웅유마는 이날 <에이피>(AP) 통신에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신용공급 위험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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