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항에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정박한 부두에서 미국인 탑승자를 태운 버스가 서 있다. 이날 오전 전 미국인 탑승자는 전세기를 타고 귀국했다. 요코하마/교도 연합뉴스
일본에서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난 4분기 성장이 -1.6%(직전분기 대비) 대폭 ‘후퇴’한 지금, 엔화는 이제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다?
20일 오전 10시(한국시각) 현재 엔화는 달러당 111.2엔을 기록했다. 전날은 111.38엔으로, 작년 5월 이후 줄곧 이어진 달러당 ‘110.3엔 주위’의 변동차트 장벽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점에서 국제 외환시장 딜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달러당 엔화는 작년 말 108.61엔에서 이날 111.2엔으로 약세폭 -2.23%를 기록했다. 작년 말 대비 20일 현재, 달러 대비 동아시아 각국 환율을 보면 한국 원화(-3.22%), 태국 바트화(-4.32%), 싱가포르 달러(-3.77%), 중국 위안화(-0.68%) 등이다. 그러나 엔화가 전통적으로 전세계의 대표 안전자산이라는 점에서 -2.23% 약세는 놀라운 현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지금 아시아전역 시장에서 달러가 펀드 투자자금을 일제히 빨아들이고 있다”며, “엔화는 과연 안전자산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심각한 의심이 제기되면서 돌발적이고 가파르게 추락(통화 약세)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엔화 자산을 서둘러 팔아치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둔 외환중개업체 페퍼스톤의 수석연구자 크리스 웨스톤은 “지금 국제 외환시장은 ‘미국 자산 사자’ 행렬이 지속되고 있다”며 “포트폴리오에서 안전자산 통화를 원한다면 엔화가 아니라 지금 당장 미국 달러를 사라고 투자자들이 말하고 있다”고 요즘 시장의 급격한 변동상을 전했다. 그는 “투자자들마다 코로나19가 초래할 경제적 위험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려 한다. 마치 누구나 자신이 사는 도시가 중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를 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19일 엔화는 대규모 물량의 팔자가 끈질기게 이어지면서 달러를 비롯한 모든 다른 통화에 비해 위신이 급속히 추락했다. 이미 지난 몇개월간 거대한 ‘엔화 팔자’ 흐름이 이어져오기도 했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 17일, 작년 4분기 일본경제 성장률이 -1.6%(연율 환산치 -6.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2분기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성장 후퇴다. 이번 1분기에 코로나19 쇼크 등으로 이미 ‘경기침체’(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들어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로이터> 통신은 “일본내 펀드들조차 엔화 자산을 덤핑으로 대거 팔자에 나서고 있고, 이 자금은 미국 주식과 금에 대한 선호와 매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